우리 모두가 또다시 분노하고, 불안해하고 있다. 왜 잊을 만하면 한 번씩 우리와 아이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것일까? 화학적 거세, 전자발찌를 비롯한 수많은 제도가 그 실효성을 의심받고 있다. 아동 성폭력 예방에 대해 지금까지와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아동에 대한 성폭력은 세상에 알려져 우리가 분노하게 되는 바로 그때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 주변에 늘 있는 것이고, 인간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놀랍게도 아주 비슷한 양상으로 일어난다. 자동차가 다니는 곳이라면 아무리 조심해도 교통사고가 일어나는 것처럼.
그렇다면 아동 성폭력 피해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을 교통사고 피해를 당한 피해자를 바라보는 방식으로 바꾸어 보는 것은 어떨까? 대부분의 운전자는 자신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정해진 교통법규를 지키며 조심해서 운전하게 마련이다. 모든 사람이 그렇다면 사랑하는 사람이 먼 길을 운전해 간다고 해도, 초등학생들이 보호자 없이 횡단보도를 건넌다 해도 불안해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불안한 이유는 자동차를 살상무기로 둔갑시킬 수 있는 사람들, 즉 음주나 졸음운전으로 또는 의도적으로 누군가를 노리고 차로 다른 사람을 다치게 하는 사람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술 취한 사람이 운전을 하는지, 사흘 밤낮을 한숨도 못 잔 사람이 운전을 하는지 우리로서는 알 길이 없기 때문에 불안한 것이고, 이것은 우리 주위에 살고 있는 사람이 성폭력범인지 아닌지 몰라서 불안한 것과 비슷하다.
사람에게 자동차로 폭력을 가하는 범죄, 사람에게 성을 무기로 폭력을 가하는 범죄 모두 피해자나 그 가족에게 주는 고통과 후유증이 크기 때문에 법으로 처벌하고, 예방하기 위한 규칙을 미리 정해 두고 그것을 어겼을 때 벌을 준다. 우리들은 그러한 규칙을 따르려고 노력하고 아이들에게도 어릴 때부터 교육을 시킨다. 아이들에게 안전하게 길을 건너는 방법과 자전거를 탈 수 있는 안전한 장소를 가르친다. 아이들은 교통안전에 대한 교육을 자신을 위한 것이라 여기며 사고의 가능성에 대해 알려주어도 크게 불안해하지 않고 그 규칙을 지키면서 생활하기 때문에 대부분 안전하게 자란다. 성폭력 예방 교육도 이러한 안전 교육의 일환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아기를 보행기에 태워 주차장에 버려두는 부모는 없다. 교통안전 교육을 시켰다고 겨우 걸음마를 시작한 아이를 바깥에 혼자 내보내는 부모도 없다. 부모들은 횡단보도를 만들어주고 음주 운전자에 대한 더 큰 처벌을 정부에 요구하는 것과 동시에 내 아이에게 그 안에서 마음 놓고 놀 수 있는 안전한 장소를 나이에 맞게 정해준다. 성폭력 예방을 위해서도 그렇게 해야 한다. 부모라면 내 아이가 다니는 길을 알고 있고, 몇 시에 어디에 있어야 하는지를 알고 있어야 한다. 조금이라도 바뀌는 일이 있다면 부모에게 먼저 알리고 허락받도록 아이들을 교육해야 한다. 그것이 범죄 예방을 위한 안전 교육이다.
그러한 예측 가능한 일상은 어린아이들에게 자신이 안전한 울타리 안에서 보호를 받는다는 안정감을 준다. 모든 아이들의 일상이 부모 또는 양육 대리인들의 예측 범위 안에 있다면 실종 사고에 대해 신속한 아동실종경보를 내려 아이의 사고가 커지지 않도록 할 수도 있다.
아동 성폭력 피해를 교통사고와 같은, 피해야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당할 수도 있는 경험이라고 생각해야 할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피해를 당했을 때의 대처와 피해자와 가족이 이후 겪는 어려움을 현실적인 시각으로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아이가 교통사고를 당했다면 우리는 병원을 찾는다. 겉으로 피해가 없어 보이더라도 전문가에게 검사를 받아본다. 치료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성폭력 피해도 마찬가지다. 제때에 제대로 된 치료를 받으면 심각한 사고를 겪었더라도 회복할 수 있다. 다른 것이 있다면 성폭력 피해는 교통사고에 비해 몸보다 마음에 주는 상처가 더 크다는 것이다.
음주 교통사고는 사고를 낸 사람의 잘못이다. 성폭력 피해도 가해자 잘못이다. 피해자가 죄책감을 갖고 사람을 피해 다녀야 할 필요는 전혀 없다고 모든 사람이 생각해 주었으면 좋겠다.
심보영/대구해바라기아동센터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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