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부산지하철 대티역 화재를 보고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에서 시민들의 안전 체험을 주관하는 입장에서 각종 재난이나 안전사고는 항상 중요한 관심의 대상이다.

최근 부산 지하철 대티역에 진입 중이던 전동차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접한 순간 마음 속에 일어나는 불안함을 떨칠 수 없었다. 9년 전 대구지하철 화재 사고 당시 상황이 연상되었기 때문이다.

화재는 20여 분 만에 진압되었으며, 사망자는 없고 40여 명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되었다고 한다. 내심 다행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수십 명의 연기흡입자가 발생한데 대한 안타까움도 있지만,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아 다행이란 생각이 더 크게 드는 것은 대구 지하철 화재 시 처참했던 현장을 경험한 소방관으로서 가지게 되는 아픈 기억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번 지하철 화재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알아보기 위해 인터넷 뉴스를 확인하던 중, 대처 요령에 대한 네티즌들의 많은 댓글을 보고 지하철 화재 시 올바른 대처법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 것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자칫하다가는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관계 기관의 대비와 시민들의 올바른 대처 요령 습득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사고 시 실제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대처법이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지하철 화재 시 시민들의 일반적인 대처 요령을 간략히 정리해 본다.

첫째는 침착을 유지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화재 반대 방향으로 무작정 뛰다보면 서로 엉켜 탈출이 지연될뿐더러 또 다른 사고를 당하게 된다. 둘째는 연기로부터 자기의 몸을 보호하는 것이다. 물수건이나 옷가지 등으로 코와 입을 막고 자세를 낮춰 연기 흡입을 최소화하고 흡입 화상도 방지해야 한다. 셋째는 탈출로를 찾는 것. 정전이 되더라도 통로 유도등이나 비상구 유도등을 따라 침착하게 탈출한다. 만약 연기가 많아지고 통로 탈출이 어렵다고 판단되면, 지하철 선로를 통해서도 안전하게 탈출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야 한다. 실제 대구지하철화재 시 선로로 많은 사람들이 탈출했고, 소방관들이 양쪽 역에서 선로를 따라 진입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화재 초기의 경우 초기 진화가 가능하다고 판단되면 역사나 전동차 내에 비치된 소화기를 이용해 초기 진화를 시도하는 것이다.

이상 언급한 사항들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막상 실제 상황에 처하게 되면 당황해 올바른 대처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현실적 어려움을 극복하고 유사시 대처 능력을 키우기 위해 건립된 것이 바로 안전 체험 시설이며 그 중심에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가 있다.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는 각종 재난과 안전사고를 예방하고 실질적인 체험 교육을 통해 시민들의 안전 의식과 재난 대응 역량을 함양하기 위해 2008년 개관한 종합 안전 체험 전시 시설이다. 특히 대구만의 특화된 체험 시설인 지하철 안전 체험은 출입문 비상 코크를 이용해 출입문도 열어보고, 농연과 어둠으로부터 탈출하는 체험 코스로 많은 인기를 끌고 있으며, 개관 후 지금까지 48만여 명이 방문해 다양한 안전 체험을 했다.

이러한 안전 체험이 실제 재난 시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 당장 파악하긴 힘들지만, 체험 만족도가 아주 높고 반응이 좋으며, 재난에 대처할 수 있는 자신감을 얻었다는 의견이 많은 것은 고무적이라 생각한다.

안전은 누가 지켜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지켜내야 한다. 기본적인 안전 상식 숙지와 반복 체험을 통한 위기 대처 능력 강화가 안전 생활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 믿는다.

도처에 도사린 안전사고위험으로부터 "조심하라"는 말만 해주는 부모가 되기보다, 위기에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멋진 부모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무료 운영되는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의 안전체험 한 번이 여러분과 자녀들의 인생을 바꿀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꼭 한 번 예약하고 방문해 보시길 권한다.

박익기/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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