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속 터지는 주유소 사장님들…문 열어놔도 수입 반토막…

문 받자니 1억 환경부담금…

주유소 간 과당 경쟁으로 폐업이나 휴업을 선택하는 주유소가 빠르게 늘고 있다. 사진은 최근 폐업한 달서구 한 주유소의 모습.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주유소 간 과당 경쟁으로 폐업이나 휴업을 선택하는 주유소가 빠르게 늘고 있다. 사진은 최근 폐업한 달서구 한 주유소의 모습.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10년 전만 해도 장사하기가 좋았는데 지금은 주유소업을 접을 생각만 하고 있습니다."

대구 달서구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A씨는 몇 년 사이 손님이 크게 줄어 요즘 폐업을 고심 중이다. 주유소를 운영하는 지인들도 셀프 주유소로 전환하거나 휴업을 택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폐업을 하려면 1억원가량의 비용이 들기 때문에 폐업조차도 쉽지 않다.

A씨는 "근처 네거리에만 주유소가 3개인데 가격경쟁으로 인해 마진율이 2%대 초반이라 직원 월급을 주고 나면 예전 수익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며 한숨을 쉬었다.

주유소 간 과당 경쟁으로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문을 닫는 주유소가 속출하고 있다.

대구는 휘발유 판매가격이 전국에서 가장 낮아 주유소 경영 환경이 열악한 지역으로 꼽히지만 폐업 비용도 만만찮아 주유소 사장들의 고심이 크다.

12일 한국주유소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7월까지 폐업한 주유소는 174곳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24곳)보다 40% 증가했다. 폐업 주유소는 2008년 101곳, 2009년 109곳, 2010년 127곳 등으로 조금씩 늘다가 작년에는 205곳으로 급증했다.

올 들어서도 매달 10곳에서 많게는 30여 곳의 주유소가 폐업 신청을 하고 있어 연말에는 300곳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구의 경우 7월 현재 3개 주유소가 폐업을 신청한 상태다. 대구 전체 주유소는 435개로 전국의 3.38%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폐업은 2012년 7월까지 1.72%, 2011년 3.4%(7곳), 2010년 2.36%(3곳)로 전체 주유소 숫자에 비해서는 많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대구지역 주유소가 장사가 잘 돼 폐업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주유소 사장들은 전국에서 대구가 가장 영업하기 힘든 곳이라고 하소연한다.

대구는 서울'부산'인천 등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주유소가 많다. 서울은 1만5천191명, 부산은 6천996명, 인천은 6천818명당 한 곳으로 주유소가 있지만 대구는 5천590명당 하나다. 광주'대전'울산 등은 대구보다 인구당 주유소가 많은 편이지만 휘발유 평균 가격이 대구보다 높아 상대적으로 마진율이 높다.

한 주유소 사장은 "주유소의 마진율은 2%대인데 아마 대구지역 주유소의 마진율이 전국에서 가장 낮은 수준일 것"이라며 "대구의 유사휘발유 판매업소가 상대적으로 많은 것도 이런 원인이 작용한다"고 말했다.

주유소 경영 환경은 전국 최하위 수준이지만 폐업이 많지 않은 것은 폐업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주유소 폐업을 위해선 1억~2억원의 환경부담금을 내야한다.

이 때문에 경영난을 겪고 있는 주유소들은 폐업 대신 휴업하거나 정유사로부터 지원을 받아 셀프주유소로 전환하기도 한다.

주유소협회 도명화 사무국장은 "지난해까지 28개였던 셀프주유소가 올들어 45개로 빠르게 늘고 있다"며 "가격경쟁이 치열해지자 마진폭을 더 이상 줄이기 어려운 주유소 업주들이 점점 셀프주유소를 선택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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