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괴와 철거에서 창의적 보존으로….'
12일 대구 중구 봉산문화회관에서 도심 재생 사업의 새로운 비전을 모색하는 '2012 역사'문화 창의도시 국제포럼'이 열렸다.
'중구의 역사'문화! 세계 속의 창의도시로 나아가다'란 주제로 열린 이날 포럼에 참여한 국내외 석학들은 앞으로 대구 도심 재생 사업의 핵심 키워드로 '보존'과 '창의'(Creative)를 꼽았다.
정체성은 보존하면서 창의적 개발을 더해 글로벌 역사'문화 도시로 발돋움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존의 이유
일본의 고도(古都)로 유명한 교토 도심은 '규제'의 '천국'이다. 2007년 신(新)경관 정책을 통해 건물 높이, 간판(옥외광고물)뿐 아니라 조망과 디자인까지 규제하고 있다.
교토시의 경관 규제 배경에는 '보존'이라는 대의(大義)가 있다. 이날 포럼에서 '도시경관의 정책적 전개'를 주제로 기조연설에 나선 다츠미 가즈오 교토대 명예교수는 "경관 정책의 목적은 '교토가 언제까지나 교토로 남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50년 후, 100년 후에도 빛나는 교토를 목표로, 도심의 역사와 문화를 보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용서 경북대 건축학부 교수는 "교토의 사례는 한옥과 아파트가 어지럽게 얽힌 대구 도심을 다시 돌아보게 한다"며 "글로벌 역사'문화 도시를 꿈꾸는 중구가 경관 보존에 나서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우신구 부산대 교수는 "일본의 경관 규제는 주민 동의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덧붙였다.
◆창의적 개발
지난해 8월 뉴욕 맨해튼에 탄생한 'BMW 구겐하임 랩'(이하 연구소). 세계적 자동차 기업(BMW)과 미술관(구겐하임)의 실험적 시도로 유명한 이 연구소는 '창의적 개발'이란 어떤 것인지 잘 보여준다.
낡은 도심 건물과 건물 사이 버려진 작은 돌밭에 세워진 연구소는 극경량 소재의 탄소섬유 골조 공법으로 설계해 언제 어디서나 이동이 가능한 신개념 건축물이다. 올해 6월 베를린 도심으로 연구소를 이동한 BMW는 앞으로 6년간 세계 9개 도시로의 순회를 계획하고 있다.
'런던의 부엌'으로 불리는 영국 버러마켓 또한 버려진 공간에 위치하고 있다. 사람들의 시선이 머물기 어려운 템스강 남쪽 강변 철로에 숨어 있지만 녹색으로 통일한 독특한 공공 디자인과 거리음악가들의 예술 공연 등을 통해 세계 각국의 관광객들을 불러들이고 있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피터 페레토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는 도심 재생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이처럼 '작거나 버려지거나 숨어 있는 공간'의 재활용 사례들을 소개했다. 페레토 교수는 "환경을 장악하는 거대한 신축 건물이 아니더라도 도심 속 건물과 건물 사이에서 생겨나는 좁은 공간이나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하고 버려진 소외된 공간을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다"고 했다.
백승만 영남대 건축토목공학부 교수는 "창의 도시로 나아가는 중구 역시 도심의 빈 공간을 어떻게 사람으로 채워갈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장 대구다운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
대구 도심의 보존과 창의의 경쟁력은 세계 그 어느 도시보다 높다. 이정호 경북대 건축학과 교수는 '공생+공동체문화 창조도시'란 주제강연을 통해 "대구 도심은 '골목'이라는 엄청난 자산이 있다. 너무 가까이 있었기에 그 소중함을 몰랐을 뿐"이라며 "골목은 세계화가 가능한 대구의 고유 자산"이라고 역설했다.
이 교수는 "대구 도심 골목은 그 수가 1천 개에 달한다. 반경 1㎞ 범위 내에 이처럼 다양한 문화자원(골목)이 공존하는 도시는 세계적으로 찾아보기 어렵다"며 "과거의 골목에 현재 우리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있는 그대로 담아 또 하나의 새로운 이야기로 재창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혁경 A&U디자인그룹 대표 또한 "없는 공간을 새로 창조하기보다 대구가 가진 것을 잘 가꿔 나가야 한다" "대구의 자산, 대구의 정체성을 보존하는 동시에 도심의 버려진 공간을 역사 공간과 연결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충고했다.
박선경 준건축사사무소 소장 역시 "내가 살고 있는 곳이 가장 아름다워야 한다"며 "우리의 삶터, 일상의 공간을 행복한 곳으로 만드는 과정이 바로 창의"라고 강조했다.
2012 역사'문화 창의도시 국제포럼은 대구 중구청이 주최하고, ㈜매일신문사와 (사)한국경관학회가 주관했으며, ㈜고문당인쇄가 후원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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