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일본 속의 한국 역사문화 탐방을 위해 섬나라에 첫발을 내디뎠을 때의 일이다. 역사의 전환기마다 무력을 앞세워 한반도를 유린한 삼도(三島)의 왜족(倭族)에 대한 적개심과 경멸감이 가득했던 기자의 눈길은 당혹감을 감출 수가 없었다.
일본은 엄연한 선진국이었기 때문이다. 어디를 가든 깨끗하게 정비된 주변 환경과 남을 배려하는 성숙한 교통 문화 그리고 너무도 친절한 일본인들의 모습에 반일(反日)의 감정적 기복이 지일(知日)의 이성적 접근으로 바뀌는 내적 갈등을 겪었던 것이다.
그러나 교토에 있던 코무덤(鼻塚) 앞에서 기자의 가슴은 다시 반일의 격랑이 솟구쳤다. 조선 침략의 원흉인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신으로 떠받드는 신사 뒤쪽에 있던 코무덤은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때 일본 무장들이 조선에서 전과를 올린 증거물로 잘라온 조선인의 귀와 코를 묻은 곳이었다.
전공 올리기에 안달이 난 왜군은 부녀자나 어린이의 코를 베기도 했으며 이를 나무통이나 항아리에 넣고 소금이나 식초를 뿌려서 보내면 현지의 감독관이 영수증을 발급한 후 일본으로 보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일본인들은 이 코무덤을 조선인 원혼 공양을 위해 조성했다고 주장하면서 지방문화재로 등록했으며 심지어 관광지로도 활용하고 있다니, 저들의 인면수심(人面獸心)에 그저 기가 막힐 따름이다.
최근 나라사랑연구회와 대한정치학회가 영남대에서 연 학술세미나에서 한 지역대 교수는 '일본에 조성된 조선인 코무덤에 대한 대책'에 관한 주제발표를 통해 이를 환기시키며, 인류 역사상 가장 잔인한 코무덤에 대한 한'일 정부 차원의 대책을 촉구했다.
또한 "전쟁의 공적을 기념하기 위해 이웃 나라 사람의 코를 베어 가 보관하며 자랑하는 나라는 일본 외에 어디에도 없을 것"이라며 "일본이 진정으로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고 싶다면 코무덤을 한국으로 환국시켜라"고 했다. 그러나 일본이 400년 전의 악업(惡業)에 대해 반성의 움직임을 보일 턱이 없다.
불과 한 세기 전에 되풀이한 천인공노할 죄업에 대해서도 사과는커녕 되레 역사를 왜곡하며 멀쩡한 남의 땅을 강탈하려고 신문 광고까지 내는 족속들이 아닌가. 그런데 그렇게 못돼먹은 짓들이 결국은 제 스스로의 황폐와 파멸로도 이어진다는 역사적 교훈을 알고나 있는지. 극일(克日)의 숙제는 여전히 우리의 슬픈 운명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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