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 한 전통문화학교에서 소규모 승마장을 운영하고 있는 분의 전화를 받았다. 아침에 굴삭기를 동원해 승마장의 평탄화 작업을 하는 도중 말이 기계 소리에 놀라 흥분을 하고 날뛰다가 굴삭기 쪽으로 넘어져 눈언저리와 견갑부 피부가 찢어지는 부상을 당했다며 왕진을 부탁하는 전화였다.
말을 비롯한 모든 동물은 갑자기 주변에서 소음이 발생하거나 태풍과 같은 비바람이 몰아치면 당황해하고 불안해한다. 이때 보호자가 옆에서 안정시키거나 동물과 함께 있어 주면 심리적인 안정을 찾는다. 보호자가 사랑과 관심으로 돌보아주고 항상 대화를 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고 갑자기 다른 환경에 노출되거나 큰 소음이 발생 할 때는 놀라서 당황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말들은 줄에 목이 묶여 있어서 그곳에서 도망치려고 하다가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왕진할 곳은 고속도로를 이용해도 1시간 30분은 소요되는 먼 곳이었다. 막상 왕진 결정을 한 후 마취와 수술 계획을 수립해 수술기구와 약을 챙겨서 출발을 해야 하는데, 준비해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았다. 항상 예상 밖의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모든 준비를 해야 했다.
마방에 들어서니 말이 낯선 수의사를 보고 경계를 하고 흥분해 접근이 쉽지 않았다. 그래서 굴삭기 기사에게 수술 중에는 작업 중단을 해 줄 것을 요청했다. 말의 상처 부위는 좌상이 깊고 오염이 심해 예상한 것보다 심각한 상태였다.
모든 동물은 마취까지가 어렵다. 마취를 한 후는 일이 빨리 진행된다. 말을 안정시킨 후 마취를 하니 수술의 반은 성공했구나 싶어 안심이 되었다. 그러나 완전한 해리성 마취상태가 아닌 진정상태에서 수술을 하게 되었다. 500㎏에 달하는 말을 눕히는 것은 불가능하였기 때문에 선 자세에서 소독을 하고 오염된 부위를 수술 칼로 제거하여 신선창면을 유지한 상태에서 봉합수술을 실시하였다. 마지막으로 연고와 주사처치를 한 것으로 수술을 무사히 마쳤다.
말 주인은 오전에 여기저기 진료 요청을 했지만 모두 거절당해 안락사까지 시킬 생각이었다고 한다. 나마저 왕진을 거절했다면 말이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하니 말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말의 목덜미를 툭툭 두드려 주었다. 말에 대한 사랑의 표현이었다. 진료를 잘 해줘 감사하다는 말 주인의 인사에 수의사로서의 보람을 느낄 수 있는 하루였다.
최동학 대구시수의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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