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동해안 가을밧길] 감포~구룡포

피서객 떠난 해변, 한가한 어촌풍경 더 정겨워

9월은 '황금 계절'이다. 지금부터 두 달 동안 연중 가장 멋진 가을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가을여행 코스는 동해가 제격이다. 지역에서는 감포에서 구룡포를 잇는 바닷길이 동해안 멋진 드라이브 코스의 하나로 꼽힌다. 기암절벽과 파도를 즐기며 해안 마을을 걷는 영덕의 '푸른 바닷길'도 멋있다.

바닷길의 매력은 마음에 드는 곳이 있으면 아무 곳에서나 멈춰서 주변의 경치를 즐기는 데 있다. 경주시 감포~포항 구룡포 바닷길은 대구경북 사람이 가장 즐기는 드라이브 코스다.

동해안의 드라이브 코스는 감포항에서부터 31번 국도를 따라 구룡포 호미곶 광장까지 100리 바닷길이다. 감포에서 출발하면 구불구불한 바닷길과 해안마을이 이어진다. 유명한 해수욕장은 아니지만, 마을마다 작은 모래사장이 있어 언제나 바다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작은 생선을 말리는 장면과 어구를 손질하는 어부들의 모습은 정겨운 어촌 풍광이다.

큰 고갯마루를 지나다 울창한 해송 숲 사이로 내려다보이는 양포항은 아름답다. 멀리 빨간 등대가 앙증맞은 모습으로 서 있다. 항구로 들어오는 배는 긴 흔적을 남긴다. 그 흔적은 깊은 상흔처럼 오랫동안 지워지지 않는다. 양포항 끄트머리에는 작은 바위산들이 나그네의 발길을 잡는다. 바위산에 듬성듬성 서 있는 해송은 바다와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양포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가야 구룡포로 향하는 바닷길이 이어진다. 구룡포까지 18㎞라고 이정표가 알려준다. 구룡포로 향하는 바닷길은 한산하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피서객들로 몸살을 겪었던 길이라고는 상상이 안 된다. 해안가 마을들은 비슷한 모습인 것 같으면서도 가까이 가보면 조금씩 다르다. 산모퉁이를 돌면 바로 모포항이다. 모포항으로 가는 길 야산 자락에는 아름다운 펜션들이 즐비하다. 펜션이 많은 마을은 주변 바다도 아름답다는 뜻일 것이다.

모포항에는 멋진 바다공원이 있다. 언덕 위에 차를 세우고 바다공원을 한 바퀴 휘돌아 걸으면 아름다운 해변마을의 정취에 빠져든다. 구룡포로 가는 길은 옛길이 훨씬 더 운치가 있다. 계속 바닷길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주인이 직접 배를 타고 나가는 어부 집'이란 간판은 길손의 발길을 붙잡는 또 하나의 유혹이다. 시원한 동해의 바람을 온몸으로 즐기며 바닷길을 쉬엄쉬엄 가다 보면 매혹의 구룡포항에 닿는다. 동해로 떠나는 길은 언제나 마음 설렌다. 떠난다는 것은 또 다른 만남을 예고하기 때문이다. 바다에서 만나는 파도와 섬은 곧 내 속에 숨겨두었던 분신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볼거리 풍성한 구룡포항, 고래국밥 특별한 맛 기행도 쏠쏠

동해안 여행의 백미는 구룡포항을 둘러보는 것이다. 구룡포항은 매력덩어리다. 언제나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풍성하다.

지금은 거의 흔적만 남았지만, 예전의 화려했던 영광의 모습들을 고스란히 보존하고 있다. 지금도 대게잡이 어선과 오징어 배들은 대부분 구룡포항으로 모인다. 그래서 구룡포항은 늘 분주하다.

구룡포엔 특별한 먹거리가 있다. 다른 곳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고래고기를 맛볼 수 있다. 구룡포항 중간쯤에 있는 수협 수산물판매장 왼쪽 골목 안으로 들어가면 밍크고래 전문집이 두 곳 있다.

어느 집이나 최고의 밍크고래 맛을 볼 수 있다. 다양한 부위의 고래 수육 맛도 일품이지만, 1만원짜리 고래국밥이 인기다. 무와 대파를 듬성듬성 썰어 넣고 얼큰하게 양념을 한 후 푹 끓여 내 시원하면서도 독특한 맛을 낸다. 쇠고기국 맛과 흡사하면서도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특이한 맛이다.

1986년부터 고래고기 장사를 시작했다는 삼오식당(276-2991) 주인 방성주(66) 씨는 "고래고기는 기관지염, 천식, 감기 등에 좋다"고 소개한다. 특히 "고래고기는 부위마다 맛과 가격이 천차만별"이라고 설명한다. 밍크고래의 경우 수육 맛은 피아노 줄처럼 생긴 목 밑 살(우네)이 최고 맛있는 부위다. 주머니 사장이 두둑하다면 고래수육과 고래불고기, 고래육회, 고래전골 등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다. 골목길을 돌아가면 그 유명한 '모리국수' 집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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