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이 735m에 사면의 산들이 장쾌한 파노라마로 주변을 에워싼다. 육산만으로도 한 폭의 동양화가 될 수 있지만, 빼어난 암봉과 암벽이 더해져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거기다가 아기자기한 등산로와 빼어난 기암들이 향연을 펼쳐 산행 내내 산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앗아간다.
진안 장군봉, 그러나 실제적으로는 전북 완주군 동상면과 진안군 주천면의 경계에 위치한다. 처음 이 산이 알려지게 된 것은 10여 년 전, 모 전문산지에 소개되면서였다. 그러나 본격적인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것은 금남정맥 종주자들에 의해서였다. 근래에는 한 지방신문에 등산로와 등산지도가 소개되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장군봉 보면 마음 설레
처음 등산 시작점은 금남정맥의 피암목재가 유일했으나, 이제는 구수리에서 원점회귀 산행을 하는 팀들이 더 많다. 그 이유는 아기자기한 암벽산행에 대한 묘미가 탁월하기 때문이다. 구수산장 못미처 대형버스 서너 대를 주차할 만한 공간이 있다. 산행안내판을 확인하고 포장된 도로를 따라 산행을 나서면 곧이어 구수산장이 오른쪽에 보인다. 야트막한 개울을 건너 시멘트로 포장된 길을 따라 조금 오르면 차량 출입 차단기가 보이고, 이곳을 지나면 군 초소가 있다. 평일 군대 훈련기간을 제외하고는 지키는 군인도 없고 출입이 허용된다. 산길은 이 초소 바로 옆 오른쪽 길을 따라 계곡을 건너면 곧바로 연결된다. 능선 너머로 암릉의 위용이 대단한 장군봉이 눈에 들어오면 마음이 설레기 시작한다. 1시간이면 첫 번째 대슬랩 앞에 도착해 본격적인 암릉산행이 시작된다. 초창기에 이 등산로가 처음 소개되었을 때 직벽에 가까운 절벽과 암벽에 안전시설이 전혀 없어 적지 않은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로프와 쇠사슬, 바위 면에 부착한 발받침 등 안전시설이 설치되어 위험요소가 현저히 감소했다. 바위 오름길 중에 등산로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군데군데 바위전망대가 형성되어 있어 기가 막힌 조망도 즐길 수 있다.
등산을 시작한 지 1시간 50여 분 만에 정상 장군봉 위로 올라선다. 금남정맥 종주꾼들에게 일종의 통과의례 비슷한 역할을 하는 장군봉은 주변을 압도할 정도로 우뚝 솟았다. 보는 것만으로도 위압감을 느끼게 한다. 최근에 암릉 산행을 즐기려는 산꾼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어서인지 등산로가 반들반들하다.
◆정상에서의 시원한 조망
정상에서 바라보는 시원한 조망만으로도 산꾼들은 혼을 빼앗긴다. 북동쪽 저 멀리 천등산과 대둔산 자락이 한눈에 들어오고, 남쪽으로는 운장산과 연석산, 남서쪽으로는 전주 모악산이 손에 잡힐 듯이 다가선다. 서쪽에는 지척의 사달산을 비롯해 원등산과 대부산이 보이고, 북쪽으로는 가야 할 능선에 하얀 바위벽들과 암릉이 보석처럼 박혀 있다.
장군봉에서부터는 금남정맥 산줄기다. 하산로는 '해골바위 2.45㎞' '운장산' 이정표를 보고 가면 된다. 20여m 진행하면 왼쪽에 전망대가 보이는데 올라서면 운일암 반일암계곡을 낀 명도봉과 오른쪽의 복두봉까지, 진안군 주천면 일대의 명산들이 한눈에 든다. 전망대에서 50m를 더 가면 왼쪽으로 떨어지는 하산 길이 보이고, 사자바위를 들렀다 가려면 직진하면 된다.
사자바위를 살펴보고 다시 되돌아와 하산 길로 접어든다. 길이 매우 가팔라 주의를 요한다. 이윽고 산객들이 정체되어 있는데 장군봉 등산로 중 최고의 난코스로 알려진 20여m의 절벽길이 나타난다. 안전한 로프가 설치되어 있다고는 하지만 전날 내린 비의 여파로 미끄럽다. 거기다가 역방향으로 산행을 진행하는 팀이 있어 정체가 발생한 것이다.
장군봉 등산을 제대로 즐기려면 여유가 있을 때마다 뒤돌아보는 게 좋다. 암봉 하나를 넘고 잘록한 허리 같은 능선을 통과해 바위봉우리를 오르니 왼쪽에 바위전망대가 다시 나타난다. 그 속에 기암 두꺼비바위가 있는데, 마치 바위능선 위를 기어오르는 것처럼 보인다.
이후부터는 전형적인 산길이다. 삼각점이 있는 724.5m봉을 지나니 '해발 705m'라 적힌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이다. 방향을 지시하는 이정표에는 글씨가 몇 개씩이나 떨어져 나갔지만 반갑기 그지없다. 여기서부터는 금남정맥 길을 버리고 좌측 능선으로 내려선다.
◆청정한 계곡, 전북 8대 오지의 한 곳
15분여를 내려서니 드디어 해골바위다. 일명 '용 뜯어 먹은 바위'라 불리는 해골바위는 위에서 보면 용의 머리 모양을 하고 있고, 등에는 용 비늘과 등뼈 같은 흔적이 돌출되어 있다. 그래서 마을 주민들은 '용 뜯어 먹은 바위'라 불렀는데 근래에 등산객들이 많아지면서 바위에 구멍 난 모양이 해골과 많이 닮았다고 해서 해골바위라 부른다. 주변에 암벽이 많고 가팔라 공수부대 야전훈련장으로 이용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가파른 등산로를 한참 내려서니 물소리가 들리는 계곡이다. 물이 얼마나 맑은지 투명하다 못해 수정처럼 빛이 난다. 참고로 이곳 완주군 동상면 일대의 계곡은 전라북도 8대 오지의 하나로 불릴 만큼 청정하기 그지없는 곳이다. 오늘도 계곡 속을 주의 깊게 살펴보니 아니나 다를까, 1급수에서만 자란다는 민물가재가 몇 마리 보인다. 조금 더 내려서니 빛조차 제대로 들지 않는 맑은 계곡이라 그런지 백두산 자락의 녹연담을 방불케 하는 멋진 소와 담이 보인다. 구수리에서 등산을 시작해 장군봉, 두꺼비바위, 해골바위를 통과해 원점회귀하는 총 거리는 10㎞ 내외다. 소요시간은 4, 5시간 정도이다. 피암목재에서 등산을 시작해도 마찬가지다. 시간과 거리가 거의 비슷하다.
대구에서 오전 7시에 출발해 등산을 마치고, 인근의 완주 송광사에 들러 사찰과 보물급 문화재를 두루 살펴보고 귀가해도 오후 8시면 충분하다. 찾아가는 길은 88고속도로를 이용해 대진고속도로를 경유, 전주 못미처 소양 IC에서 내려 화심삼거리에서 우회전, 신월삼거리에서 구수마을로 좌회전하면 된다. 내비게이션에 완주군 동상면 구수리를 쳐도 된다.
글'사진 지홍석(수필가'산정산악회장)
san32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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