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의사·변호사도 "좋은 시절 다 갔다" 아우성

경기침체 여파는 의사, 변호사, 한의사, 회계사와 같은 전문직들도 피해 갈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들은 매년 수천 명씩 쏟아지는데다 경기침체로 소비자들의 지갑마저 얼어붙어 '좋은 시절 다 지나갔다'는 아우성이 쏟아지고 있다.

전문직의 파산도 크게 늘어났다. 한 조사에 따르면 2009년 이후 지난달까지 서울중앙지법에 일반회생(채무재조정 절차의 일종으로 파산 등으로 사업자 소멸 후 다시 한 번 회생할 수 있게 하는 제도)을 신청한 742명의 직업을 분류한 결과 47%인 348명이 의사, 변호사, 치과의사, 한의사, 약사 등 이른바 전문직이었다.

일반회생을 신청한 전문직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진행되던 2009년 93명이었다가 2010년 82명으로 줄었지만 지난해 107명으로 늘어났다. 올해는 8월까지 66명이 신청했는데, 경기 부진이 장기화되고 있기 때문에 연말까지는 작년과 비슷하거나 이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개인 병원을 운영하는 의사들은 한목소리로 "경기가 나쁘다 보니 환자들이 미용이나 건강 유지처럼 당장 필요하지 않은 진료는 미룬다"고 전했다. 업계는 또 빚을 내 개인 병원을 개업한 의사의 10% 이상이 신용불량자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들도 전문직군에게 예전처럼 마냥 돈을 빌려주지 않는다. 한 시중은행의 경우 올해 의사 전용 상품인 '닥터클럽'의 대출액을 2년 전에 비해 3천억원이나 줄였다. 이는 전문직의 신용도가 예전만 못하기 때문이다.

변호사와 회계사 중에서는 아예 자격증을 장롱 속에 넣어두고 정부기관이나 기업체에서 다른 일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2004년 휴업 변호사는 전체의 8.6%인 592명이었지만, 올해는 17.6%인 2천507명에 달한다. 회계사 역시 같은 기간 휴업자가 1천753명(24.5%)에서 4천880명(32.6%)으로 증가했다.

국내 선두권인 4개 대형 회계법인도 컨설팅 분야 매출이 2010년 4천417억원에서 2011년 3천926억원으로 1년 사이 11% 급감했다. 그 결과 영업 압박이 심해지고 연봉이 잘 오르지 않아 회계법인을 떠나는 젊은 회계사들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올 초 일부 공기업이 신입사원 자격으로 회계사를 공채했을 때 경쟁률은 모두 10대 1을 넘었다.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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