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만남의 존재이고 인생은 만남의 연속이다. 사람은 태어나며 부모를 만난다.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그림을 만나고, 소리를 흥얼거리며 음악을 만나고, 입을 오물거리며 음식을 만나고, 아장아장 걸으며 자연을 만난다. 이 밖에도 스승과의 만남, 좋은 책과의 만남, 이성과의 만남 등 인간은 다양한 영역 속에서 여러 가지 감각을 통해 '만남' 속에 살아간다.
가끔은 원치 않은 만남으로 헤어짐의 아픔을 경험해야 할 때도 있지만, 우리가 느끼는 기쁨과 행복은 만남의 역사 속에서 이뤄진다. 여자는 좋은 남편을 만나면 아름다워지고 남자는 좋은 아내를 만나면 행복해진다. 학생은 훌륭한 스승을 만나면 실력이 늘고 스승은 성실한 제자를 만나면 가르침의 보람을 얻게 된다. 씨앗은 양질의 땅을 만나면 알찬 열매를 맺고, 배우는 좋은 관객을 만나면 200%의 열정을 쏟아낸다. 우연이든 바람이든 우리는 만남을 통해 삶이 행복해지고 풍요로워진다.
특히 좋은 만남으로 우리 인생의 향방이 달라질 때는 더욱 그러하다. 깊은 좌절 속에 있을 때 아낌없는 격려를 해 주는 사람을 만나 자리를 훌훌 털고 벌떡 일어날 때가 그렇다. 혼자서 끙끙 앓고 있던 고민을 함께 풀어줄 사람을 만날 때가 그렇다. 인생의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할 때 확신에 찬 조언을 해 주는 사람을 만날 때가 그렇다.
만남이 이렇게 소중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의외로 첫 만남을 어색해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한 번, 두 번, 세 번… 자꾸만 만나다 보면 그 사람에 대해 깊이 알게 되고 서로에게 힘이 되는 의미 있는 만남으로 가꿔 가게 된다. 문제는 우리에게 좋은 만남이 없어서가 아니라 '선입견'과 '편견'을 가지고 사람과 사물을 대해서, 그 만남을 풍성하게 만들어 가지 못하는 데 있는 것 같다.
얼마 전 전국 200여 명이 참석한 모 단체장들의 모임에서 강의를 할 때의 일이다. "여러분 중에 클래식 공연을 1년에 한 번이라도 관람하시는 분은 손을 들어 보세요." 결과는 예상을 조금(?) 뛰어넘었다. 손을 든 사람이 20여 명이 채 안 된 것이다. 10% 미만이라니…. 공연장을 찾지 않는 이유 중 대부분은 클래식이 "어렵다" "재미없다"였다. 그런데 더 놀라운 사실은 이런 반응을 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클래식을 제대로 들어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해보지도 않고 지레 겁을 먹고 시도해 보지도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클래식 선입견의 위력'을 실감한 순간이었다.
지난주에는 대구국제오페라축제에서 개최한 제3회 전국 아마추어 성악 콩쿠르가 열렸다. 매년 전국에서 30여 명 이상의 클래식 애호가들이 참여하는데, 20대부터 60대까지 모두들 대단한 열정으로 뜨거운 경쟁의 장을 펼친다. 노래 실력은 없지만 한 번, 두 번, 세 번 음악을 듣고 배우다 보니 노래가 재미있어진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올해 참가한 53세의 한 주부는 유방암 수술을 받으며 몸과 마음이 지쳐 있을 때 음악을 만나 기쁨과 활력을 얻었다며 늘 노래를 흥얼거리며 산다고 고백했다. 이것이 바로 음악을 제대로 만난 사람들이 누리는 행복이 아닐까 싶다. 클래식 선입견에 사로잡힌 분들과는 정반대의 경우다.
'선입견'은 어떤 대상에 대하여 이미 마음속에 가지고 있는 고정적인 관념이나 관점으로, 갇힌 사고의 틀 안에서 여유 없이 사물(사람, 사건, 상황)을 바라보는 마음이다. '편견'은 공정하지 못하고 한쪽으로 치우친 생각으로 상대방을 판단하고 따지는 마음이다. 이런 마음들이 있다면 앞에서 수두룩하게 나열한 아무리 좋은 만남을 만나도 아름답고 풍성하게 가꿔갈 수 없다.
어떤 형태이든 만남의 목적은 삶을 풍요롭게 하고 보다 밝은 미래를 소망하는 것이다. '선입견'과 '편견' 때문에 소중한 만남의 기회를 놓친다는 건 억울한 일이다. 필자 또한 이 글을 쓰면서 '선입견'과 '편견' 때문에 손해를 봤던 지난 일들이 스쳐 지나간다. 만남의 방해꾼을 차단하면 생활이 더욱 풍요롭고 행복해진다.
김성빈/대구시립오페라단 예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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