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찾은 '한국영화계 명품 조연배우' 오달수

"제 연기 인생에 목표라뇨, 뭐 그냥 하는 거죠"

대구 달서구 성당동에서 태어났으며, 대구 달성초교 교사였던 아버지가 지어준 달수라는 이름의 명품 배우
대구 달서구 성당동에서 태어났으며, 대구 달성초교 교사였던 아버지가 지어준 달수라는 이름의 명품 배우 '오달수'. 그가 없는 영화'연극판은 쫙쫙 감기는 재미가 없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대구 달서구 성당동에서 태어난 오달수'.

한국 영화계의 명품 조연이자 보석같은 존재, 배우 오달수가 12일 대구를 찾았다. 이달 말부터 다음달 중순까지 수성아트피아에서 주최하는 '2012 극단열전'의 첫 번째 프린지(앞머리 또는 장식을 뜻하는 단어로 메인 무대의 흥미를 돋우기 위한 이벤트) 행사로 '오달수의 연기인생'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기 위해 고향 땅을 밟은 것.

이 프린지 행사가 끝난 후 서울행 KTX 시간을 연기해 가면서 수성유원지 인근의 한 막창집에서 그를 두 시간 동안 만났다. 배우 오달수의 진면목을 살짝 엿볼 수 있었다. 대뜸 "이름이 왜 오달수냐?"고 묻자, "전 2남 2녀 중 막내인데, 제가 태어날 당시 아버지가 당시 대구 달성초교 교사를 하고 있었다. 형 이름은 상수인데, 전 그냥 아주 무성의하게 달성초교 근무 때 태어났으니, 그냥 '달수'라고 지었습니다. 그런데 묘하게 오 씨 성과 함께 어우러지니 좋은 어감을 주더군요. 오히려 무성의하게 지어준 이름에 감사하죠"라고 답했다.

은근한 유머 감각과 자연스런 웃음, 그리고 얼굴의 커다란 점 2개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였다. "대구에서 태어난 저는 여섯 살 때 부산으로 이사를 갔고, 22년 전 우연히 연극을 접하면서 당시 이윤택 연출가가 운영하던 '연희단 거리패'에서 연기인생을 시작하게 되었으며, 그 세월이 벌써 20년 넘게 흐른 것입니다. 그동안 연극 30여 편, 영화 30여 편에 출연했죠."

오달수는 인터뷰 내내 '그냥'이라는 말을 즐겨썼다. "연기 인생이 뭐가 있나요? 거창한 목표가 뭐 필요합니까? 그냥 하는 거죠. 그냥. 참 좋은 말 아닌가요? '그냥'. 무성의한 말 같지만 그 속엔 관념적이고 철학적인 의미가 담겨있다고 생각합니다. 항상 그 일을 하면서 나쁘지 않은 상황이 지속된다고 보면 되죠."

오달수는 연극배우라는 근본을 소중하게 여기고 있다. 서울 대학로 인근에서 12년 동안 극단 '신기루 만화경'을 운영하고 있으며, 스타급 배우임에도 연극을 하면서 만났던 사람들과의 소중한 인연도 이어가고 있었다. 이번 대구 방문 역시 이윤택 연출가의 지도 속에 부산에서 함께 연극을 했던 수성아트피아 최영 공연기획팀장과 남미정 연출가의 요청에 기꺼이 응한 것이다. 최 팀장과 남 연출가도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어서 더 친근감이 가는 참다운 배우"라고 치켜세웠다.

오달수는 요즘 영화판에서 더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영화 '도둑들'과 '공모자들'에서 감칠맛 나는 연기를 관객들에게 선사했으며, 올 연말 개봉할 영화 '12월 23일'(어린 딸을 둔 지적장애 아버지의 누명을 다룬 영화), '자칼이 온다'(전문 킬러 이야기)에도 비중있는 조연으로 나온다. 그는 '명품 조연'이라는 별명이 싫다고도 했다. 그는 '한국의 알 파치노, 한국의 말론 브랜드'가 어떻겠느냐고 너스레를 떨었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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