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후 대구 달서구 한 알뜰주유소. 주유 차량 운전자는"알뜰주유소라서 들어왔는데 별로 싸지 않다"며 직원에게 목소리를 높였다.
이 주유소의 휘발유 판매 가격은 ℓ당 1천999원으로 바로 맞은편 정유사 브랜드 주유소보다 오히려 20원가량 비쌌다. 이 주유소 직원은 "알뜰주유소인데 기름값이 비싸다면서 불만을 표출하는 손님이 하루에 십수명이라 난감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정부가 기름값을 낮추기 위해 추진한 알뜰주유소가 흔들리고 있다. 가격 경쟁으로 알뜰주유소의 기름값이 일반 주유소에 비해 싸지 않거나 오히려 더 비싸 운전자들에게 외면 받고 있는 것.
서울 지역 알뜰주유소 1호점은 최근 경영난으로 문을 닫았고 대구지역 알뜰주유소들도 비슷한 처지다. 12일 주유소 업계에 따르면 지난 2월 10일 알뜰주유소로 전환한 서울 금천구 형제주유소가 지난달 말 폐업 절차에 들어갔다. 형제주유소는 서울 지역 최초의 알뜰주유소였다.
폐업 원인은 과당 경쟁. 반경 2㎞ 안에 20여 개의 주유소가 자리한 탓에 기름값이 다른 주유소와 비슷하거나 10원 정도 싼 수준인 데다 정유사 브랜드 주유소들이 포인트 적립, 신용카드 할인 등 다양한 부가혜택을 주다보니 알뜰주유소는 설 자리가 없었다.
대구지역 알뜰주유소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대구에는 현재 13개의 알뜰주유소가 영업 중인데 대부분 주변 주유소들과 휘발유 판매 가격이 비슷하거나 오히려 일반 주유소보다 비싼 곳도 있다.
알뜰주유소 한 업주는"정부에서 최소한 30~40원가량 싸게 기름을 제공해줄 것으로 믿고 알뜰주유소로 전환했는데 오히려 현물시장에서 사는 게 더 싼 경우까지 있어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현재 석유공사가 알뜰주유소에 공급하는 기름은 중부권의 경우 현대오일뱅크에서, 호남과 영남권은 GS칼텍스에서 구매하고 있는데 이들 정유사가 자사 브랜드 주유소에도 같거나 비슷한 조건으로 휘발유를 공급하는 것도 알뜰주유소 경영난의 한 요인이다.
대구 달서구에서 알뜰주유소를 운영하는 정모씨는 "정유사 직영 주유소의 경우 알뜰주유소 이하로 가격을 낮춰버리기 때문에 알뜰주유소 보다 싼 주유소도 많다"고 말했다.
정부는 알뜰주유소에 대한 점검과 평가 등 사후 관리를 강화하고 공급선을 다변화하는 방식으로 공급가를 인하할 방침이다. 또 알뜰주유소를 포기할 경우 시설 개선 지원금을 회수하는 안과 알뜰주유소 신청 기준을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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