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식민사관의 뿌리, 정말 노론일까?…'노론 300년 권력의 비밀'

식민사관의 뿌리는 어디인가? 대한민국 주류의 역사학 흐름에 한 발 비켜서 있는 소장 학자들은 '노론' 사관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조선 후기 300년을 지배한 노론사관이 100년 전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식민사관으로 이어졌다는 것. 이책의 저자인 이주한은 역사학 관련 책을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려놓은 이덕일이 이끄는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 소속 연구위원이다.

저자는 특히 사도세자의 죽음과 정조 독살설에 대해 이덕일과 일단의 학자들이 벌인 논쟁을 사례로 들어 노론사관을 해부하고 비판한다. 여기서 더 나아가 아직까지 우리 역사학계의 주류로 남아 있는 노론사관과 식민사관 철폐가 한국사의 원형과 진실을 바로잡는 일이며 한국 사회 혁신의 관건이라고 강조한다. 조선의 패망과 일제강점기에도 주류를 형성했던 노론과 그들의 후예 학자들이 해방 이후 학문 권력을 틀어쥔 채 역사 왜곡을 일삼고 있다는 주장도 덧붙이고 있다. 17세기 이후 나타나는 '사문난적(斯文亂賊)'이라는 주장에 대한 설명도 같은 맥락이다. '주자학을 문란하게 한 도적'이라는 뜻의 이 말은 주류 학문과 다른 모든 논의와 주장을 탄압하고 배척하는 결과를 낳아 우리 역사에서 한동안 개방성과 역동성, 운동성을 잃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저자는 해방 직후의 식민사학 청산 움직임은 반민특위의 좌절과 함께 무너졌고, 이때부터 식민사학계는 절대 학문 권력을 장악하고 자신과 다른 논리, 곧 독립운동가의 역사관은 재야 사학으로 매도해 배척했다고 주장한다. 이들의 뿌리가 노론에 있었기에 그토록 강고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저자는 노론의 후예 학자들이 조선사편수회에 들어가 일본인 스승의 가르침을 충실히 따르며 역사를 공부했으며 그들이 배운 역사는 다름 아닌 한국사 매도라는 주장을 하기에 이른다. 서울대 교수를 지낸 김용섭 선생의 회고록 '역사의 오솔길을 가면서'에서는 "6·25전쟁 이래로 남에서 제기되는 통사의 편찬 문제는, 아직은 깊은 연구에 기초한 식민주의 역사학의 청산 없이, 우선은 기성의 일제하 세대 역사학자들에게 일임되는 수밖에 없었다. 그 기성학자들은 일제하 일본인 학자들에게서 역사학을 배우고, 그들과 더불어 학문 활동을 같이해온, 이른바 실증주의 역사학 계열의 학자들이 중심이었다"고 쓰고 있다.

이 책에서는 노론이 나라를 팔아먹는 데 조직적으로 가담했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1910년 대한제국을 강점한 일제에게 작위와 막대한 은사금을 받은 76명의 수작자를 분석해보면 잘 알 수 있다는 것. 최고위직인 후작을 받은 이완용과 이재완, 이재각, 이해창, 이해승 등 왕실 인사를 제외하면 나머지 수작자는 사실상 '노론당인 명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집권 노론 일색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

"역사적 사실에서 보면 일한병합이라는 것은 중국으로부터 일전하여 일본으로 옮기는 것이다.", "조선 국민은 대일본제국의 국민으로서 그 위치를 향상시키는 일이 될 뿐이다."

이것은 이완용이 한국 최초 근대 소설로 추앙받는 '혈의 누'의 저자이자 자신의 비서로 골수 친일파였던 이인직을 통해 일제 통감부에 전한 노론의 당론이다. 중국에 사대하던 것을 일본으로 바꾸자는 것이 노론의 입장이요, 사상이자 이데올로기였다는 것.

이에 대한 교정이 필요하다는 것이 저자가 이책을 쓰는 출발점이다.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와 현재 주류 사학계의 싸움의 배경이기도 하다.

이동관기자 dkd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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