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족(豪族)과 토호(土豪)의 차이는 뭘까.
호족이라는 단어는 역사 시간에 많이 들어왔기에 그리 낯설지 않다. 신라 말 고려 초의 사회변동을 주도적으로 이끈 지방 세력을 뜻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토호라는 말도 그 당시부터 쓰이긴 했지만, 호족과는 큰 차이가 있었다. 호족보다는 세력이 약한 집단을 지칭하던 말이다. 결국 호족은 그 지방을 장악한 수십, 수백 가구로 구성된 친족 집안 전체를 가리키지만, 토호는 그 지방에서 행세하는 한둘, 혹은 몇몇 집안을 일컫는 말이었다.
요즘 들어서는 두 단어가 자아내는 이미지에 더 큰 차이가 생겼다. 호족은 태조 왕건 드라마 때문이겠지만 개혁적이고 합법적인 이미지를 주지만, 토호는 신문 지상에 늘 척결 대상으로 분류돼 부패하고 탈법적인 이미지를 연상시킨다. 현대사회에서 호족은 아예 생겨날 수 없는 집단이기에 면죄부를 받았고, 토호는 실존하는 집단이기에 손가락질을 받을 수밖에 없다.
과거나 현재는 물론이고, 어디에든 토호 세력은 있다. 어쩌면 그들은 '필요악'일지도 모른다. 문제는 정도의 차이다. 외지인의 눈으로 볼 때 포항은 그 정도가 심하다. 포항의 몇몇 집안은 대를 이어가며 부를 쌓고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기업을 운영하면서 언론사까지 소유해 엄청난 이권을 챙기고 있다. 도시계획을 변경하면 수백억 원의 시세차익이 생기고 그 옆에 소유한 땅값까지 덩달아 뛰게 된다니 그야말로 '땅 짚고 헤엄치기'다. 게다가 정치권력까지 갖고 있으니 좀 과장한다면 그들의 '세상'이나 다름없지 않은가.
포항만큼 토호 세력이 자라나기 좋은 곳이 없다. 포스코라는 거대 기업의 본사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포스코의 보호막 아래에서 회사를 운영하면서 수월하게 돈을 벌고, 땅장사로 돈을 끌어가고 있다. 포스코의 회장, 사장은 몇 년 지나면 바뀌지만 그들은 수십 년 전부터 그 인물 그대로다. 지난주 이 칼럼(거꾸로 가는 향토기업)에서 지적했던 대로, 그렇게 돈을 벌었지만 뚜렷하게 사회공헌을 한 것도 없고, 하고픈 생각도 없는 듯하다. 언론사를 소유하고 있으니 문제 제기를 할 곳도 별로 없다. 그만큼 권력을 갖고 있는데 여론을 의식할 필요가 뭐 있겠는가. 그저 자신의 본업만 묵묵히 조용히 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포항이 이런 식으로 흘러가선 안 된다. 안 될 것은 안 되고, 될 것만 돼야 미래를 담보할 수 있다. 포항은 바뀌어야 한다.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