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성환 교수의 세상보기] 무인도에는 주인이 없다고

땅을 경계 짓는 것은 인간 역사의 시원(始原)이다. 모든 민족 및 국가의 역사의 시초에는 땅(영토)의 취득과정이 존재하고 있다. 그 땅에 살고 있는 사람(민족)은 그 땅에 대한 관할권을 가진 자에게 복종한다. 그렇기 때문에 땅과 민족은 불가분이며, 사람이 살지 않는 땅-주로 무인도-에 대해서는 관할권이 모호했다. 대항해시대 이후 바다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사람이 살지 않는 섬에 대한 가치도 새로워졌다. 바다는 육지에 딸린 자식으로 섬을 소유한 자가 바다를 지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근대 이전 관할권이 모호했던 섬의 소유권을 둘러싸고 최근 동아시아가 격랑에 휩싸여 있다. 일본은 독도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할 준비를 하고 있다. 센카쿠 열도를 둘러싼 중국과 일본의 갈등은 일촉즉발의 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일본은 1895년 1월 14일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오키나와현에 편입했다. 약 10년간 살펴보았으나 주인이 없어서 차지했다는 것이다. 청일전쟁에서 패하고 대만을 떼 줘야 할 정도로 노쇠한 제국이 되어버린 중국은 일본에 대항할 수 없었다. 몰락하는 대한제국 시기 러일전쟁을 틈타 1905년 2월 독도를 '주인 없는 섬'이라며 시마네현에 편입시킨 상황과 꼭 닮았다. 독도와 센카쿠 문제가 일본제국주의 침략의 마지막 남은 유산이라고 하는 이유다.

중국은 일본이 센카쿠를 편입한 이후 한 번도 영유권 주장을 하지 않았다. 1969년 유엔 아시아극동경제위원회(ECAFE)가 센카쿠 주변 해역에 약 1천억 배럴 이상(이라크의 매장량에 필적)의 석유가 매장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했다. 그 이듬해 중국과 대만은 댜오위다오는 명나라 때부터 자국의 땅이었다며 일본에 반환을 요구했다.

중국의 주장에 일본은 당황했다. 1972년 9월 27일 국교 정상화를 위해 다나카 총리가 중국을 방문했다. 다나카는 주은래 중국 총리와의 회담에서 느닷없이 "센카쿠열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라고 물었다. 중국의 의도를 확인해 두고 싶었던 것이다. 주은래는 "이번 회담에서는 센카쿠열도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석유가 나오기 때문에 문제다. 석유가 나지 않으면 대만도 미국도 관심을 가지지 않을 것이다"고 답했다. 중국은 소련에 대항하기 위해 미국 및 일본과의 관계 개선이 급했고, 일본과 영유권을 다툴 여유가 없었다.

1978년 10월 25일 일본을 방문한 등소평은 기자 회견에서 "센카쿠 문제는 보류하는 게 좋겠다. 10년 정도 보류해도 괜찮다. 우리 세대는 지혜가 모자란다. 다음 세대는 우리보다 현명할 것이며, 그때는 반드시 양쪽이 받아들일 수 있는 방법을 찾을 것이다"라고 질문에 답했다. 문제 제기는 해두되, 당분간 미뤄두자는 전략이다.

한 세대도 가기 전에 사정은 달라졌다. 1992년 2월 25일, 중국은 영해법을 제정하면서 댜오위다오를 자국 영토로 명문화하고 영유권 분쟁을 기정사실화했다. 섬을 둘러싼 양국의 대립은 도를 더해갔다. 얼마 전 일본은 민간이 소유하고 있던 이 섬을 매입해 국유화하는 조치를 취했다. 중국은 이 섬에 영해기선을 선포하고 해양감시선을 일본 영해 내로 진입시키는 등으로 대항하고 있다. 일본 국민은 섬 매입 자금을 모금했고 중국 인민은 불매운동과 집단시위로 맞서고 있다. 중국 정부는 경제 보복 방침도 밝혔다.

민족주의와 결합되어 있는 영토 문제는 양보란 없다. 무력을 사용하지 않는 한 쉽게 해결되지 않으며, 서로에게 해를 입힐 뿐 승자를 만들지 않는다. 일본이 독도에 대해 무력 사용을 하지는 못할 것이며, 중국도 인민군을 동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영토 문제는 실효지배를 하고 있는 쪽에서는 현상 유지가 최선이다. 센카쿠 국유화를 빌미로 중국은 일본을 궁지로 몰고 있다. 침체에 빠진 산업국가 일본과 새로운 제국으로 부상한 중국이 정반대의 위치에서 이 섬을 둘러싸고 100년 전의 상황을 재연하는 형국이다. 100년 전 빼앗긴 적이 있는 독도를 지키는 가장 현명한 방법은 무엇일까. 맞춤형 정답은 있을 수 없겠지만, 깜짝 방문이나 선동적인 쇼가 오답임은 분명한 것 같다.

이성환/계명대 교수·국경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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