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병을 알자] 후두암

목 잘 쉬고 담배 오래 피운 50, 60대 男 위험 1순위

후두는 목 앞 쪽에 위치하는 기관으로 흔히 '울림통'이라고도 하며, 말을 하고 숨을 쉬는데 가장 중요한 기능을 한다. 또한 음식물과 공기를 각각 다른 곳(식도와 기도)으로 내려가게 한다. 코를 통해 들어온 공기는 인두를 거쳐 후두 앞을 지나 기도로 내려가 폐에 도달하며, 입을 통해 들어온 음식물은 인두를 거쳐 후두 뒤를 지나 식도로 내려가게 된다. 후두는 여러 개의 연골로 이뤄져 있다. 그 중 갑상연골은 목의 정중앙에서 앞쪽으로 볼록하게 튀어나와 쉽게 손으로 만질 수 있다. 후두는 성대에서 목소리를 발생시키는 매우 중요한 역할도 한다. 바로 이곳에 생기는 암이 바로 후두암이며, 두경부(머리와 목 부위) 암의 25~30%를 차지할 만큼 많은 빈도를 차지한다. 50~60대 남자 흡연자에게 주로 발생한다.

◆쉰 목소리 오래 가면 의심해야

정운규(59'가명) 씨는 애연가였다. 매일 담배 두 갑씩 30년을 피웠다. 하지만 평소 몸에 별다른 이상을 느끼지는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쉰 목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이러다 말겠지'하며 하루하루 넘기다보니 어느 새 두 달이 흘렀다. 걱정스런 마음에 이비인후과를 찾았다. 후두경 검사를 한 결과, 왼쪽 성대에서 이상한 조직이 발견됐다. 아무래도 악성 종양이 의심돼 대학병원을 찾았다. 입원 후 전신마취 하에 조직 검사를 한 결과, 후두 편평상피암(후두암)으로 확진됐다.

다행히 후두암은 한쪽 성대에만 발생했다. 경계도 뚜렷했기 때문에 현미경 아래에서 레이저 절제술로 암 조직을 떼어내기로 했다. 수술 후 다른 곳의 전이 여부를 확인하는 검사를 마친 뒤 정 씨는 입원 5일째 퇴원했다. 수술 직후 쉰 목소리가 조금 더 악화됐지만 일상 생활에는 별 지장이 없었다. 수술 후 10개월째 흘러서 다시 후두경 검사를 받은 결과 암이 완치됐다는 진단을 받았다. 지금은 쉰 목소리도 많이 나아졌고, 건강하게 추적 진찰을 받고 있다. 지금은 담배연기조차 꺼린다.

목소리가 변해서 이른바 '쉰 목소리'(애성)를 내는 것은 후두암의 가장 중요한 증상이다. 소리를 내는 곳이 바로 성대이기 때문에 이곳에 종양이 생기면 성대가 정상적으로 움직일 수가 없어서 쉰 목소리가 난다. 일단 목소리가 변하는 증상이 생기면 이비인후과에서 진찰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특히 담배를 피우는 40세 이상 남성의 경우, 특별한 원인 없이 쉰 목소리가 2주일 이상 지속된다면 후두암일 가능성이 높다. 잦은 기침이나 통증도 후두암 발생 시 가끔 나타나는 증상에 속한다.

◆간단한 진찰로도 이상 유무 판단

초기 증상들을 무시하고 그냥 내버려 두면 암이 점점 커진다. 결국 암 덩어리가 기도를 막아 호흡 곤란이 생기고, 숨을 쉴 때마다 소리가 나며, 음식물을 삼키기 힘들고 아프게 된다. 종양이 크면 기침할 때 출혈을 일으켜 가래에 피가 묻어 나올 수도 있다. 아울러 체중 감소, 입안의 악취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목에 혹이 만져질 수도 있다.

후두암은 림프절(임파선)을 타고 목으로 전이된다. 별다른 이유없이 목에 만져지는 혹이 처음 증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때문에 목을 만지다가 우연히 혹을 발견하게 된다면 반드시 이비인후과에서 검사를 받아야 한다.

이비인후과에서는 간접 후두경이란 작은 거울로 후두 및 인두를 관찰해 이상 유무를 판별할 수 있다. 만약 관찰 시 연구개(입천장에서 비교적 연한 뒤쪽 부분)와 혀뿌리 자극으로 심한 구역질이 나오거나 후두를 보다 자세히 관찰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후두 내시경으로 쉽게 관찰할 수 있다. 이런 간단한 진찰만로도 후두 이상에 대한 1차판정이 가능하다. 만약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다면 정밀 검사를 하게 된다. 후두암이 조직 검사로 진단되거나, 후두경 검사에서 의심스런 부분이 있다면 종양 범위를 파악하기 위해 컴퓨터 촬영(CT)이나 자기공명촬영술(MRI)을 시행할 수도 있다.

다행히 후두암은 가장 예후가 좋은 암 중에 하나다. 특히 성대에 암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목소리가 쉬는 증상이 바로 나타나 조기 발견이 가능하고 암의 림프절 전이도 잘 일어나지 않는다. 후두를 감싸고 있는 연골 때문에 암이 잘 퍼지지 않아 조기 성대암의 경우 100%에 가까운 완치율을 보인다. 이러한 성대암이 후두암 중 가장 높은 빈도로 발생한다.

◆금연이 최선의 예방법

조직 검사로 후두암이 확인된 경우에는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 치료를 받지 않고 그냥 방치해 둘 때는 암이 기도 내에 꽉차 호흡곤란으로 사망할 수 있다. 후두암이 성대의 일부에만 국한된 경우에는 방사선 치료, 내시경적 수술이나 내시경을 활용한 레이져 치료로 충분한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일단 진단된 후두암은 수술적 치료가 꼭 필요하다.

성대의 일부를 절제하기도 하고, 암이 많이 진행됐을 때는 후두 전체를 잘라낸다. 성대 일부를 절제하면 어느 정도 소리를 내거나 호흡하는 정도의 기능은 남아 있게 된다. 하지만 사래가 자주 들려 폐렴에 걸릴 수도 있다.

진행된 후두암은 후두 전체를 절제하는 '후두 전적출술'을 받으면 모든 기능을 잃게 된다. 목 앞에 숨구멍을 만들어 이를 통해 숨을 쉬기 때문에 기도를 통해 입으로 나오는 바람이 없어서 말하는데 지장을 받는다. 그러나 말하는 것이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비록 기계음이지만 인공 성대 발성도 있다. 최근엔 기도와 식도 사이에 구멍을 내서 음성 기구를 장치해 기도의 바람이 식도를 통해 입으로 나오게 하는 방법도 많이 이용된다. 수술 전과 비슷할 정도로 자연스레 말할 수 있다.

후두암도 100% 예방법은 없지만 곧바로 도움이 되는 방법들은 있다. 우선 금연이 중요하다. 흡연은 후두암을 일으키는 직접적 원인이다. 외국의 경우, 흡연자의 후두암 발병률이 비흡연자의 80배나 된다는 통계도 있다. 대구가톨릭대병원 이비인후과 김정규 교수는 "후두염을 비롯한 호흡기 질환을 철저히 치료하는 것도 암을 예방하는 방법"이라며 "성대를 혹사하지 않도록 주의하고, 성대를 무리하게 쓴 뒤 쉰 소리가 오래 지속되면 전문의에게 진찰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했다.

도움말=대구가톨릭대병원 이비인후과 김정규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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