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부쩍 서울에서의 회의 참석 요청이 잦아졌다. 대부분 차기 정부에서 지역산업의 육성정책 목표를 어떻게 설정할지 논의하는 소중한 자리인지라 요청이 있을 때마다 마다하지 않고 기꺼운 마음으로 참석한다. 지역산업 육성에 관한 논의나 관심은 새로운 일은 아니다. 1999년부터 4개 지역을 대상으로 한 지역산업 진흥사업 지원이 이루어졌고, 그 후 2009년까지 총 3조4천705억원의 국비가 투입되어 다양한 형태로 지역산업 육성정책이 추진되어 왔다. 지금도 많은 예산을 투입하여 지역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제고와 신성장동력산업 창출에 노력하고 있다. 그럼에도 정책이 실현되는 대상 지역 주민들은 정책 효과를 직접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정책 방향과 내용 면에서 개선해야 할 점이 적지 않은 것 같다.
서울에서 열리는 회의에 참석하다 보면 "지역 경제 회생을 위한 회의임에도 왜 지역에서 초청된 전문가의 수가 전체 위원의 10%를 넘지 않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지역산업에 대한 경험이나 이해가 풍부한 지역 전문가 없이, 지역산업 육성정책을 수립한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주로 수도권 전문가들에 의해 지역산업 육성정책이 수립되고 추진되어 왔다. 현장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었을 리 만무하다. 어찌 보면 당연한 귀결인지도 모른다. 이제부터라도 다양한 분야의 지역 전문가들이 지역산업 육성정책 수립 단계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 지역산업 육성정책의 타당성과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는 필요충분조건임은 말할 나위 없다.
효과가 지지부진한 또 다른 요인으로 정책의 일관성과 연속성의 부족을 들 수 있다. 지역산업 육성정책은 4, 5년을 주기로 새로운 정책을 입안하여 추진해 왔다. 즉, 정권 교체기마다 전혀 다른 접근 방식으로 새로운 정책을 발굴하여 추진해 온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주기적이고도 잦은 정책 목표의 변화는 집행 과정에서 현장의 혼선을 유발해 왔다. 정책 목표의 변화는 집행 과정에서 기존 정책 수행의 연속성을 단절시키고, 정부 사업에 대한 신뢰도를 저하시켜 정책 추진의 효율성과 그 효과를 급감시켰다. 지역에서는 중앙정부의 새로운 정책 목표가 공시될 때마다 새로운 사업계획서를 기획하고 작성해야 했다.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지역 실정에 적합한 사업 추진 모델을 찾아내고 나면, 중앙정부의 정책 목표가 변경되어 사업계획서를 다시 작성해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되어 왔다. 따라서 지역산업 육성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고, 가시적 성과 도출이 가능하려면 적어도 10년 이상의 일관성과 연속성을 가지고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또 현재의 지역산업 육성정책은 지역 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단기적 방식의 성과 창출에 초점을 두고 있다. 그러나 지역산업 육성정책의 성공적 정착을 위해서는 대학, 기업지원기관, 지자체의 혁신 역량을 함께 높일 수 있는 근원적인 정책 수단이 마련되어야 한다. 대학의 기초 연구에 대한 투자, 지적재산권 확보 지원, 기술 이전 인프라 구축, 산학 협력 활동에 대한 보상 제도 개선 등이 선행되어야 한다. 또한 지원기관의 구성원들에게 기업 지원 활동에 대해 성과에 따른 적절한 인센티브 제공을 위한 투자도 동기 부여를 위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여기에 더해 지자체 실무자들에게는 과학기술에 대한 이해도 제고와 자기 혁신 마인드 제고를 위한 맞춤형 교육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지자체가 지역 실정에 부합되는 지방 과학기술 육성정책 개발과 중립적인 관리자 역할을 담당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유기적인 산-학-연-관 협력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제도 개선과 선제적인 투자도 이루어져야 소기의 성과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성과에 대한 평가 기준의 개선도 시급한 과제다. 지역의 특성을 반영하지 않은 획일적인 평가 기준은 차별화된 사업 모델의 창출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중앙이 원하는 표준화된 사업 성과를 창출하는 데에만 힘을 쏟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역별로 달성해야 하는 최소한의 정책 목표만을 제시하고 사업 추진 방법 및 내용은 지역 주체들에게 일임, 최종 성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하여 차년도 예산을 차등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한 추진 방식이라고 여겨진다.
이상룡/경북대학교 기계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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