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생규장전' 동문들 도움 무대에
# 학비 버느라 10년 만에 졸업 이력
"처음 써 본 곡이 이렇게 무대에 올려질 줄은 상상도 못했던 일이죠."
박나영(30·여·경북대 음악학과 졸) 씨는 지난해 12월 국립오페라단 창작팩토리사업 작품공모에 당선됐다. 그리고 14일 오후 7시, 30여 분간의 짧은 쇼케이스 형식으로 그의 작품을 무대에 올렸다. 완성된 작품으로 탄생할 수 있을지 여부는 이 쇼케이스를 바탕으로 21일 결정된다.
박 씨는 음악도들 사이에서 당연히 거쳐야 하는 코스로 인식되는 유학은 아예 엄두도 내질 못했다. 가난한 집안 형편에다, '작곡을 계속해야 하는가'라는 고민으로 6년을 아르바이트에만 매달려 방황하다 뒤늦게 공부를 다시 시작했던 그녀였다. 박 씨는 올 2월 10년 만에 겨우 대학교를 졸업했다.
"02학번으로 입학했는데 1년을 공부하고 나니 '과연 내가 재능이 있는가?' 의문이 들고, 어려운 집안형편에 학비를 댈 수도 없어 휴학을 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런데 막상 돈을 벌기 시작하니 갈수록 학교로 돌아가기가 힘들어지는 거예요. 뒤늦게 결심을 굳히고 복학을 할 때는 회사 동료들이 '왜 인정받은 회사를 그만두고 어려운 작곡가의 길을 가려 하느냐'고 만류할 정도였죠."
'이생규장전'은 그녀의 생애 첫 작품이다. 졸업이 가까웠으니 오페라 작품 하나를 시도해보라는 교수님 말씀에 무턱대고 쓰기 시작한 것이 200여 쪽에 달하는 2시간 분량의 작품이 됐다.
김시습의 '금오신화'에 수록된 '이생규장전'은 고려 공민왕 시대를 배경으로 '이생'이라는 선비가 '최랑'이라는 낭자를 만나 사랑을 하고 결혼을 했으나 홍건적의 난으로 부인은 처참하게 살해되고, 너무 짧은 사랑을 아쉬워한 최랑이 옥황상제의 허락을 얻어 인간세상으로 다시 돌아와 이생과의 사랑을 정리하고 다시 저승으로 돌아간다는 스토리다.
이 작품을 쇼케이스 무대에까지 올리는 데는 경북대 동문들의 도움이 결정적이었다. 성악가와 합창단, 오케스트라, 무대 연출까지 동문들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던 일이다. 아르도르 필하모니아 지휘자로 있는 선배 김범수가 지휘를 맡아줬고, 또 선배들의 인맥을 통해 한울림 극단 정철원 대표를 만나 연출을 부탁할 수 있었다. 주역과 합창단 역시 동문들이 적극적으로 나섰다.
"오페라는 종합예술이잖아요. 저 같은 신참내기가 엄두를 낼 수 있는 분야가 아니죠. 하지만 작곡과와 성악과, 관현악과가 모두 한데 합쳐져 있는 경북대의 특성상 그나마 선후배들의 도움을 통해 어렵사리 만들어낼 수 있었던 데 대해 정말 감사드립니다."
박 씨는 작품 공모를 통해 받은 상금은 학비 대출을 갚고 대학원 진학 학자금으로 남겨뒀다. 그녀는 "어렵게 걸어온 길인 만큼 포기하지 않고 꿈을 갖고 있으면 언젠가는 길이 보일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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