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은 내가 저 최고의 위치에 오르지 않는 한 행복한 것이 아니라는 부추김이고, 욕심은 99%를 가진 사람이 1%를 더 가지려는 이기심이다. 더 많은 돈, 더 높은 권력, 더 누리는 자유가 우리를 항상 유혹한다. 그래서 우리들은 '아직 불행한 축'에 속하고 이 고리를 벗어나기 위해 더욱 힘을 쏟아 경쟁한다.(토마스 람게의 '행복한 기부' 중에서)
토론 재능기부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2012년 9월 22일, 경북 의성 탑리여중에서 작은 시작이었지만 교육의 전반적인 흐름을 바꿀 수도 있는 작은 사건이 있었다. 대구 송현여고, 경원고, 원화여고, 영남고, 칠성고, 대구상원고 학생들로 이뤄진 '고등학생 토론이 봉사단'이 이곳을 방문해 토론 재능을 기부하는 일을 시작한 것이다.
10년 전만 해도 500명이 넘는 학생들로 북적거렸던 탑리여중은 현재 전교생이 30명을 조금 넘는 작은 학교. 오랜 전통을 지녔지만 최근엔 점점 줄어드는 학생 때문에 힘들어하고 있다. 아담한 교정 옆에는 국보 77호 '탑리 오층석탑'이라는 기념비적 유물이 있어 방문객이 많은 편. 소위 신라 석탑의 전형적인 방식을 만들어 신라 석탑의 출발점이 된 이 탑처럼 학생들이 주도한 이번 봉사활동도 진정한 나눔과 배려를 실천하는 교육의 시작이 될 것이다.
교사디베이트지원단 교사 12명, 학생 봉사단 12명은 오전 8시 50분 탑리여중에 도착했다. 의성 삼성중학교 학생들도 함께 참가하기 위해 이곳으로 왔다. 9시 30분부터 원탁토론을 시작했다. 이택준 탑리여중 교장은 "변화는 점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하루면 충분하다. 오늘의 행사가 우리 교육의 또 다른 변화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4개의 테이블로 나뉜 학생들은 '인성 벗 카드'를 뽑아 하루 동안 자신들이 지켜야 할 덕목들을 되새겼다. 이어서 모든 학생들이 스스로를 소개하고 각 팀의 팀장도 뽑았다.
토론 주제는 가족사랑 디베이트 어울마당에서 다뤘던 '우리 시대의 가족을 말하다'. 이미 일주일 전 배부된 '마당을 나온 암탉' 생각거리를 참고해 토론이 봉사단 학생들이 발제문을 제시했다. 처음 접하는 토론이라 중학생들은 쉽게 자신의 의견을 나타내지 못했다. 하지만 역시 아이들은 아이들이었다. 조금씩 친밀하게 변해갔고 생각거리를 바탕으로 키워드 대립 구조표를 작성하고 어울토론의 논거를 스스로 준비하기 시작했다.
두 개의 강의실로 이동해 오전 토론활동이 시작됐다. 각 강의실에서는 토론이 봉사단 3명 또는 4명, 중학생 5명 내지 6명으로 팀을 나누고 찬반을 정해 어울토론이 이어졌다. 먼저 봉사단 학생들이 어울토론의 순서인 '입안(3분)-팀 협의(2분)-반박(3분)-팀 협의(2분)-쟁점 요약(2분)-팀 협의(2분)-전체 교차질의(6분)-초점(2분)'에 대한 과정을 설명했다. 어울토론은 32~40명 정도의 학급을 대상으로 토론을 수업에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다 6개월 만에 나온 대구교육만의 토론 방식이다.
중학교 학생들이 토론에 참가하고 봉사단 학생들은 서포터 역할을 수행했다. 어울토론을 처음 하는 중학생들은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내내 머뭇거렸고, 3분이 30초로 끝나는 경우도 많았다. 그럴 때마다 봉사단 학생들은 자신이 지난날 그랬던 것처럼 안타까워했다. 교차질의 때에도 봉사단 학생들은 중학생들 뒤에서 작은 목소리로 도움을 주었다. 함께 참가한 지원단 교사들은 그러한 과정을 묵묵히 지켜보고 토론과정에서 발생하는 오류들만 지적했다.
오후 1시가 가까워서야 오전 토론이 끝났다. 짧았던 오전 시간이었지만 그 시간이 이미 그들에게 마음을 공유하는 공간을 제공하고 있었다. 도움을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모두가 행복한 시간, 바로 그것이 봉사활동 최고의 성과였다.
한준희 대구시교육청 장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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