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4분만에 16cm 배식구 탈출…그시간 경찰은 졸고 있었다

전과 25범 감옥 사정에 밝아, 5일간 경찰 행동 파악한 듯

강도상해 피의자가 경찰서 유치장을 탈주한 사건(본지 17일자 6면 보도)과 관련, 당시 근무했던 경찰관들이 조는 바람에 피의자가 경찰의 감시망을 빠져나갈 수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피의자 최갑복(51) 씨가 성폭력 등 전과 25범이었음에도 경찰은 안이하게 대처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에 따르면 유치장 탈주가 발생한 대구 동부경찰서 유치장 안에 설치된 CCTV 확인 결과 탈옥한 최 씨는 17일 오전 우선 웃옷을 모두 벗어둔 채 자신이 수감된 감방 안에 이불을 뒤집어쓰고 자는 것처럼 베개를 넣어뒀다. 이후 최 씨는 가로 45㎝, 세로 16㎝ 크기의 배식구를 통해 일단 머리부터 뺀 뒤 몸 전체를 빼냈다.

최 씨가 경찰서 유치장을 벗어나기까지 걸린 시간은 총 4분가량. 유치장 감옥 안에서 배식구를 통해 빠져나오기까지 걸린 시간이 2분 50초 정도였고 유치장 내에서 1층 창살 틈을 통해 벗어나기까지 1분 10초 정도 걸렸다.

이에 대해 경찰은 "3명의 수감자가 최 씨와 함께 수감돼 있었지만 모두 자고 있어서 아무도 몰랐던 것 같다"며 "1층 창살은 힘을 주면 다소 펴질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경찰은 전과 25범인 최 씨가 유치장 등 감옥 사정에 밝다는 점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최 씨가 대구 동부경찰서 유치장에 머문 기간은 단 5일. 이 기간 동안 최 씨는 경찰관들의 행동 반경 등을 면밀히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최 씨는 2008년 여중생을 성폭행해 3년간 수감생활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의자들의 입감과 수감을 관리하는 유치관리계는 경찰관 3명이 1개조로 8시간씩 3교대 근무를 하고 있었다. 이곳 관계자는 "당시 2명이 유치장 내에서 근무하고 있었고 1명이 대기하고 있는 상태였다"며 "근무자들이 졸고 있었다는 것 외에는 이렇다 할 설명이 안 된다"며 근무 태만이 있었음을 시인했다.

한편 대구경찰청은 피의자 탈주 사건이 있던 당시 근무했던 A경위와 B경사를 상대로 집중 조사를 벌이고 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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