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자동차 보험료 인하를 검토했던 손해보험업계가 태풍 피해를 이유로 자동차 보험료를 내리지 않기로 했다. 이 때문에 손해보험업계가 태풍을 방패막이 삼아 서민들의 고충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손해보험업계는 올 4월 자동차 보험료를 평균 2.5% 내린 이후 손해율이 60~70%대를 안정적으로 기록하자 자동차 보험료를 추가로 내릴 방침이었다. 하지만 최근 태풍 피해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손해보험업계의 입장에 변화가 발생했다. 전국을 강타한 태풍 볼라벤과 덴빈의 영향으로 침수 피해 차량이 속출하면서 손해율이 상승했기 때문.
손보업계에 따르면 국제회계 기준으로 삼성화재의 8월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78.8%로 7월(77.7%)에 비해 1.1%포인트(p) 상승했다. 현대해상은 82.5%로 7월(79%)보다 3.5%p 올랐으며 동부화재의 손해율도 82.5%로 7월 대비 5.5%p 뛰었다. 또 LIG손해보험의 손해율은 84.9%로 7월보다 2.9%p 올랐으며 메리츠화재의 손해율도 85.2%로 7월(80.5%)에 비해 4.7%p 상승했다.
이에 따라 손해보험업계는 연내 자동차 보험료를 인하하지 않기로 입장을 정리했다. 손해보험협회 관계자는 "태풍 산바의 영향으로 손해율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사고율이 높아지는 추석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일반적으로 연말로 갈수록 손해율이 높아지는 점을 감안하면 상반기 손해율이 안정됐다는 이유를 들어 보험료를 추가로 인하하는 것은 무리다. 손해율 추이를 더 지켜본 뒤 내년에 인하 또는 인상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그동안 자동차 보험료의 추가 인하에 공감대를 표명했던 금융감독원도 손해율 추이를 지켜본 뒤 인하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으로 방향을 선회함에 따라 올해 자동차 보험료 인하는 물 건너갔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당분간 사태를 지켜본 뒤 손해보험업계로부터 자료를 넘겨받아 자동차 보험료를 인하할 여력이 있는지 없는지를 판단할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태풍 피해에도 불구하고 평균 손해율이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보험료를 추가로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제회계기준에 따르면 손해율이 78% 이하이면 보험사들이 안정적인 이익을 낼 수 있다. 삼성화재의 5~8월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평균 76.9%였다. 지난달에는 태풍 피해에도 불구하고 손해율이 78.8%로 낮은 편이었다. 같은 기간 현대해상과 동부화재의 손해율도 각각 77.3%와 76.9%로 집계됐다. 특히 동부화재의 경우 작년 8월 손해율이 84.1%였지만 올해 8월에는 82.5%로 오히려 낮아졌다.
이에 대해 금융소비자연맹 관계자는 "특정 기간의 손해율이 높아지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보험료 인하 방침을 철회하는 것은 마치 유류값을 가지고 정유사와 주유소가 꼼수를 부리는 것과 같다. 인상 요인이 있으면 신속하게 올리고 인하 요인이 있으면 찔끔찔끔 시차를 두고 내리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전체적인 손해율이 높아지지 않았다면 보험료를 추가로 인하할 여력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자동차 보험료를 인하하는 것이 서민 경제를 위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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