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낙동강 인근 주민들 "시가지 물바다 4대강 탓"

"보 설치로 물 못 빠져나가 역류 피해" 주장

18일 오전 태풍
18일 오전 태풍 '산바'의 영향으로 침수 피해를 입은 경북 성주군 성주읍내의 한 어린이집에서 성주군 자원봉사단체 회원들과 어린이집 관계자들이 교재 도구 및 집기 등을 밖으로 옮기며 피해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17일 태풍 산바가 대구경북을 휩쓴 가운데 고령, 성주, 구미 등 낙동강 인근지역 지류 상당수가 역류하거나 범람하는 바람에 시가지와 농경지 상당 부분이 물에 잠겨, 보(洑) 설치를 통한 낙동강사업이 이 같은 피해를 키운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날 오후 구미와 김천지역의 대표적인 낙동강 지류인 감천의 물이 역류하면서 감천과 연결된 소하천 곳곳의 제방이 유실됐으며, 성주와 고령지역 낙동강 지류에서도 곳곳에서 제방이 터지거나 물이 범람하는 피해가 속출했다. 이처럼 강물이 역류하고 범람하면서 한국수자원공사는 이날 오전과 오후 잇따라 경북지역 수문을 열어 낙동강 수위를 조절했으나 큰 피해를 막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이날 오후 3시부터 4시 사이 태풍이 몰고 온 폭우로 강물이 늘어나면서 낙동강과 3㎞가량 떨어진 구미시 고아읍 횡산리 내예천 제방 50m가 감천의 물이 역류하면서 붕괴하는 바람에 인근 20여 가구가 고립되고 농경지 80ha가 침수됐다. 비슷한 시간 낙동강과 3㎞ 떨어진 구미시 선산읍 봉남2리 곡송'유남천(감천의 지류) 제방 30m와 낙동강과 4㎞ 떨어진 산동면 송산리 곡정천(감천의 지류) 제방 50m가 터져 인근 농경지 110ha가 침수됐다. 감천이 지나는 김천시의 소하천 곳곳에서도 하천 역류와 범람으로 제방이 곳곳에서 유실됐다.

이날 물 폭탄으로 성주군 성주읍 예산천이 범람하면서 빗물배수장 기계실이 침수돼 배수기능이 순식간에 마비되는 바람에 성주읍 시가지 일대가 모두 물에 잠겼다. 특히 이날 성주군 장기면 하천 제방 200m, 벽진면 봉계리 하천제방 100m, 초전면 용봉리, 월항면 보암리 등 낙동강 지류인 백천 곳곳의 제방이 유실돼 인근 농경지 대부분이 침수되는 등 큰 피해를 냈다. 백천은 낙동강과 4㎞ 떨어진 지류로, 성주지역의 젖줄이다.

낙동강 지류인 고령군 회천의 경우 고령읍 고아2리 제방 30m, 중화2리 내곡천 제방 30m, 장기리 제방 30m 등이 모두 유실돼 개진농공단지와 인근 주택이 모두 침수돼 주민 400여 명이 대피하기도 했다.

이처럼 낙동강의 대표적 지류인 감천, 회천, 백천 등이 역류하고 범람하면서 큰 피해를 내는 바람에 주민들은 낙동강 보 설치를 통한 물 가둠이 이번 피해를 키웠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모(65'구미시 고아읍) 씨는 "올해 낙동강사업이 끝나고 낙동강 수위가 높아지면서 감천 물이 예년처럼 빠져나가지 못해 역류하는 바람에 농경지가 침수됐다"면서 "감천 물이 낙동강으로 빠져나가지 못하면서 감천 수위가 내예천 보다 2m 이상 높아지다 보니 제방이 유실한 것이다"고 말했다.

한국수자원공사 경북권물관리센터는 이날 강물이 크게 불어나자 오전 10시 10분쯤 달성보, 오후 2시 15분 강정고령보, 오후 3시 20분 칠곡보의 수문을 모두 열어 낙동강 수위를 조절했으나 낙동강 지류의 범람이나 제방 유실을 막지 못했다.

한국수자원공사 칠곡보사업소 관계자는 "홍수위(29m)에는 미치지 않았지만 수위가 높아져 수문을 완전 개방하고 수위를 조절한 결과 지금은 안정이 됐다"며 "상류로부터 물 유입량이 줄고 있어 보 관리에는 문제가 없다"고 했다.

김천'박용우기자 고령 성주'정창구기자 구미'전병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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