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동구 안심지역 주민들이 18일 환경부에 건강영향조사 청원서를 제출했다. 안심연료단지 주민 피해 해결의 열쇠가 정부 손으로 넘어간 것이다. 조만간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 분쟁 조정 신청에도 나설 것으로 보여 향후 추이에 따라 보상의 길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보상의 길이 열림과 동시에 지루한 법적 싸움도 시작됐다. 충북 제천, 강원 삼척 등 먼저 이 과정을 겪은 곳의 사정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피해 주민들의 요구, 어떤 내용이 담겼나
피해 주민 35명이 정부에 제출한 건강영향조사 청원의 핵심은 역학조사다. 원인 규명을 위해선 필수적으로 역학조사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안심연료단지에서 나온 분진이 폐질환 등의 발병 원인일 것으로 강하게 추정된다는 것이 그 근거다. 2차례에 걸친 건강진단 결과에서 주민 18명이 폐암, 폐결절, 진폐증 등을 앓고 있다는 게 확인됐다. 이번 역학조사는 35명의 과거 병력과 주변 환경의 연관성을 국가가 밝혀달라는 취지다. 역학조사는 현장 방문과 주변 설문조사, 대학병원 이상의 정밀진단 등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건강영향조사는 짧게는 4개월, 길게는 1년 가까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 분쟁조정 신청의 경우 보상과 직결된다. 특히 보상은 안심연료단지 6개 업체들과 관련된 것으로 향후 소송에서도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조정 단계는 어느 정도 법적 구속력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 역시 최소 9개월 정도 기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앞서 2010년 7월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 분쟁조정 신청을 했던 충북 제천의 경우 1년 가까이 걸린 바 있다. 역학조사가 끝난 지난해 6월 이후인 12월 결정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보상 길 열렸지만 지루한 싸움 각오해야
건강영향조사 결과가 원인 찾기라면 분쟁조정은 보상이다. 따라서 향후 일정은 환경 분쟁조정 결과에 따라 달라진다. 분쟁조정 결과를 업체들이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민사 소송에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연료단지 내 업체들과 주민과의 법적 싸움이 불가피하다. 현재 안심연료단지에 남아있는 업체는 시멘트 공장 2곳, 연탄공장 3곳, 아스콘 공장 1곳 등 총 6곳. 주민들은 6곳을 상대로 민사 소송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분쟁조정 결과가 나오더라도 보상 과정이 녹록지 않다. 시멘트 회사를 상대로 중앙환경분쟁위원회에 분쟁조정을 신청했던 충북 제천의 경우 신청 주민 146명 중 16명에게 1인당 1억2천500만원씩 시멘트 회사가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그러나 회사 측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올해 2월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으로 맞선 상태다. 이곳 박광호 대책위원장은 "피해 주민 8명은 역학조사를 통해 진폐증,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등이 시멘트 회사 운영과 직접적 원인이 있다고 결론났다"며 "추가로 피해자가 더 있을 수 있어 소송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역학조사가 최근 끝난 강원 삼척 역시 주민들의 폐질환 등이 시멘트 회사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는 결과를 받았다. 이곳 역시 보상으로 가기까지는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피해 보상 요구 적극 나설 것
안심연료단지 인근 주민들은 적극적 피해 보상을 요구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은희진 안심지역 비산먼지 대책위원장은 "보상은 상징적인 의미도 있지만 향후 주민들이 겪게 될 신체적 장애와 불편에 대해 안심연료단지 내 업체들이 실질적 책임을 질 필요가 있어 추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심지역 주민들은 충북 제천, 단양, 강원 삼척 등 전국 시멘트산업 환경 피해자 대책위원회와 연대해 이달 25일 서울 광화문 앞에서 환경 문제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 대처를 촉구하는 전국 시멘트 산업 피해자 집회를 열 계획이다. 대구를 제외한 이들 지역은 지난달 13일 또 다른 피해자들이 나서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 분쟁조정을 신청한 상태다.
그러나 현재 안심연료단지에 남아있는 시멘트공장과 연탄공장 등은 이와 관련해 어떠한 입장 표명을 하고 있지 않다. 다만 시멘트 회사들의 경우 안심연료단지에서 나가긴 해야 한다는 기본 입장만 갖고 있을 뿐 소극적인 입장이다. 안심지역 비산먼지 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시멘트 회사들은 연탄 공장이 나가면 함께 나가겠다고 주민들에게 의사를 밝힌 상태라고 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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