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국제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식품 원료 가격을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 등 주요 선물시장의 최근 가격 추이를 보면 상승 추세가 지속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가운데 그 변동 주기가 더욱 빨라지는 특징을 파악할 수 있다. 8월 세계은행에서 발표한 식량가격지수에 의하면 전년 대비 6%라는 사상 최고의 상승률을 기록하였으며, 옥수수와 밀 가격은 각각 25% 수준 상승이라는 경이로운 수치를 기록하였다. 그야말로 식량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며, 농산물 가격 상승이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지는 애그플레이션(Agflation)이기도 한 것이다. 골드만 삭스는 식품 원료 가격 인상에 의한 이번 애그플레이션으로 우리 경제에 0.2~0.4% 수준의 인플레이션 요인이 발생한다고 전망하였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농업전망 2012~2021 보고서를 통해 국제 곡물 가격 상승세는 2021년까지 향후 10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하였다. 최근 21개국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들이 블라디보스토크 회담에서 식량 안보 문제에 대하여 논의한 것도 이러한 심각한 글로벌 경제 상황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이 선도발언을 통해 식량 수출 규제로 인해 식량 위기를 초래했던 2008, 2010년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 식량 수출국의 식량 수출 제한 금지에 대해 합의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은 우리 정부가 식량 안보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긍정적 신호로 보인다.
식량 가격의 급격한 상승과 이로 인한 식량 안보 문제의 원인은 구체적으로 미국 콘벨트 90%에 육박하는 지역의 60년 만의 가뭄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등 주요 밀 생산국의 생산 타격 그리고 옥수수나 타피오카를 원료로 하는 바이오에탄올이라는 대체에너지의 생산 증가 등 때문이다. 또한 중국, 인도와 같은 거대 국가의 인구 및 소득의 증가 그리고 국제투기자본의 유입이 그 원인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러한 식량 위기 상황에서 곡물자급률이 27% 수준에 머물고 있는 우리나라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강조하고 싶은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정부나 국민이 식량을 에너지처럼 국가 안보 수준으로 인식하는 패러다임의 전환 및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즉 각국의 식량자원화를 인지하고 식량 안보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구축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국내외 자원공급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개발하기 위한 장단기 전략이 종합적으로 수립돼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식량자급률 법제화를 추진하여야 한다. 충분한 법적 근거를 가지고 식량 비축 및 자급률 제고 계획을 수립하여야 하는 것이다. 또한 국내 농업의 지속 가능 성장을 위한 농업 예산 확보 및 시설 현대화, 농업 재보험 확대, 산지 유통시설 지원 등 다양하고 구체적인 농업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필자는 원칙적으로 최대한 국내에서 식량 수급을 컨트롤할 수 있는 것이 최선이라 판단한다. 국제 소농운동단체인 비아 캄페시나가 1996년 제기한 식량 주권 개념 역시 농산물의 지역 내 생산을 강조한 것이다. 즉 근본적으로 농업의 수익성이 확보되어야 농지 전환율이 높아지며 농업 종사자들의 수 확대가 이뤄진다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해외 농업 개발 지원 및 확대를 강화하여야 한다. 정부는 2018년까지 해외 식량 기지 138만㏊와 물량 38만t을 확보한다는 목표를 추진 중이며, 2011년 기준으로 85개 기업이 20개국에 진출하여 4만2천㏊와 물량 17만1천t을 확보하고 있다. 또한 국제 식량 시장에서의 확보 능력을 배양하여야 한다. 세계 5위의 식량 수입국으로서 세계 식량의 수급 논리를 만들고 있는 대형 식량 메이저 회사의 절대적 영향력으로부터 다소간 자유로울 수 있는 메이저 곡물회사 설립 및 해외 식량 유통망 구축에도 노력하여야 한다. 동시에 식품 원료와 관련한 국제 정보의 체계적이고 신속한 수집을 위한 정부의 정보 시스템 수립도 필요하다고 보인다.
정부는 원유 등에 적용하였던 자주개발률 개념을 곡물에도 적용하여 2015년 기준으로 55%까지 제고할 목표를 세우고 있다. 2012년 9월 현재 대한민국은 이러한 목표를 성취할 수 있는 국가 역량을 점검하고 모아서, 식량 안보 전략을 체계적으로 세워야 할 중요한 시기에 와 있다.
배기표/미국 워싱턴주 공인회계사·미국선물거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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