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고도 경주의 문화유적지가 무속인들 사이에 최고의 명당으로 각광받으면서 전국에서 몰려온 무속인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양북면 문무대왕 수중릉(일명 대왕암) 앞 바닷가와 세계자연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남산 등 유명 문화유적지에서는 굿판과 무속행위가 밤낮을 가리지 않고 벌어져 시민'관광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이들이 쓰다 버린 돼지머리와 초, 향, 술병 등 각종 무속용품으로 환경오염은 물론 화재위험도 높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무속행위가 한국 고유의 문화인 만큼 지속적인 계도를 통해 양성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지적을 내놓는 등 찬반 논란도 거세다.
대왕암 앞 바닷가에 무속인들이 본격적으로 몰려들기 시작한 것은 7, 8년 전 명당이라는 소문이 나면서부터다. 요즘에는 아예 바닷가에 천막과 텐트 등을 세워놓고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이곳에선 북과 장구, 징, 꽹과리 등을 두드리면서 벌어지는 굿판을 매일 접하게 된다. 이 때문에 대구와 영천, 울산 등지에서 가족과 학생들의 여행 코스로 각광받던 대왕암 해변에는 손님들의 발길이 많이 줄었다. 일부 횟집은 방생 물고기와 초, 향, 쌀 등 무속용품을 취급하는 곳으로 바뀌기도 했다. 상가번영회 한 관계자는 "무속인들이 밤낮없이 징소리, 흐느끼는 소리 등을 내는 바람에 횟집을 찾는 이들이 크게 줄어 생계에 위협을 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보문단지 인근의 산이나 토함산, 고분 등도 무속인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경주시는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무속인들이 경주 문화유적지 곳곳에서 불법으로 설치한 천막, 촛불 등을 철거하고 있지만 끝이 없을 정도로 많다"며 "몰려드는 무속인을 막을 방법이 없어 양성화하는 방안을 세워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경주 남산의 사정은 더하다. 1천 년이 넘는 많은 불상과 기암괴석으로 이뤄진 남산은 예전부터 무속인들이 대거 찾아오는 곳이다. 무속인들은 불상과 큰바위 밑에 토굴, 촛불함 등을 파고 초와 향을 켠 뒤 무속행위를 벌이고 있어 환경 훼손 우려를 낳고 있다. 지난 1월 무속인들이 켜놓은 촛불로 인해 산불이 나는 등 화재 위험이 높다. 남산에서 촛불로 인한 실화는 매년 1, 2건씩 일어나고 있다.
경주국립공원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무속인들이 깊은 산속으로 옮겨가며 무속행위를 벌이고 있어 지속적인 단속에도 근절되지 않고 있다"며 "무속인과 의뢰자들은 적발되더라도 계속 찾아오겠다고 공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마땅하게 막을 방법이 없다"고 했다.
경주'이채수기자 csl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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