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청도 침수 "水公 인재"…안내없이 갑자기 방류

동창천 범람해 인근 물바다 "수문 닫자" 전화하니 불통

18일 청도 금천면 동창천 새들보 체육공원 일대가 침수 피해를 입은 볏집더미들이 어지럽게 흐트러져 있다. 노진규기자
18일 청도 금천면 동창천 새들보 체육공원 일대가 침수 피해를 입은 볏집더미들이 어지럽게 흐트러져 있다. 노진규기자

태풍 '산바' 관통을 전후해 청도 운문댐 예비 방류 및 수위 조절 등 한국수자원공사의 허술한 대비 때문에 하류지역이 침수 피해를 입었다며 금천'매전면 주민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주민들은 18일 운문댐 방류 대책위원회(위원장 이시형'56)를 긴급 구성하고 피해 현장 조사, 수문 방류 관련 댐 수위 자료 등을 요구하며 한국수자원공사 운문권 관리단을 항의 방문했다.

대책위는 "운문댐이 비가 내리기 시작한 16일에도 만수위 152.6m에 근접한 147m를 유지하며 초당 100여t 정도 물을 방류하다 17일 누적 강우량 180㎜가 쏟아지자 낮 12시부터 오후 4시까지 한꺼번에 초당 평균 1천200t이 넘는 물을 갑자기 방류하는 바람에 동창천이 물 폭탄을 맞아 범람했다"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이번 수해에 대해 많은 비가 예상된다는 태풍이 예보됐으나 운문댐이 물 관리에 적극 나서지 않아 빚어진 '인재'로밖에 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책위는 또한 태풍의 직접 영향권에 들어간 17일 오전 8, 9시에는 운문댐의 방류량이 71~81t으로 오히려 줄어들다가 오전 11시부터 유입량을 감당하지 못하고 수문을 개방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주민들은 "특별한 안내방송도 듣지 못하고 강 수위를 지켜보다 '수문을 닫아 달라'고 전화했으나 끝내 불통이었다"며 "미리 수문을 열고 대비했다면 이만한 비로 동창천이 범람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운문권 관리단은 "본사 물관리센터와 낙동강홍수통제소의 승인을 받아 이달 16일까지 초당 100t 이상 예비방류를 하며 연속적으로 수위를 조절해왔다"고 밝혔다. 관리단은 "이번 태풍에도 수위를 최대한 유지하면서 자연 월류와 수문방류 등으로 대비하려 했으나 갑자기 만수위에 육박하면서 댐 안전 확보를 위해 설계방류량 1천946t 이하로 수문을 개방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9월에만 태풍이 3개나 지나가 물관리에 어려움이 많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피해는 동창천 인근 금천, 매전면의 20여 개 마을 수십여 농가와 축사에 집중된 것으로 집계됐다. 금천면 신지리 한 농장은 조사료 볏짚 1천500개가 주변 과수원으로 쓸려 나가 사료로 사용할 수 없게 된 것은 물론이고 처리비용이 더 커 한숨짓고 있다. 인근의 양계장에서는 닭 4천 마리가 폐사했다.

청도'노진규기자 jgroh@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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