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비정규직 보호 못 하는 비정규직보호법

정책 입안자들이 가장 경계해야 할 것 중의 하나가 '선(善)의 함정'이다. 좋은 의도가 반드시 좋은 결과를 낳지는 않는다. 참여정부 때인 2007년 비정규직 보호를 위해 도입된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은 이를 여실히 증명한다. 이 법의 시행으로 비정규직으로 2년 이상 근무하면 정규직으로 전환되지만 실제 정규직 전환 비율은 9.9%로 10명 중 1명도 안 된다는 사실이 고용노동부 조사에서 드러났다.

나머지는 고용은 보장되지만 임금과 승진 등에서 차별을 받는 무기계약직(38.7%)이 되거나 회사를 떠났다. 그러나 무기계약직 비율도 전환이 증명된 것이 아니라 2년 기한을 넘기고 일하는 근로자가 그만큼 된다는 것을 근거로 무기계약직으로 '분류'한 것일 뿐이다. 이는 사측과 무기 고용계약을 맺은 비율은 이보다 훨씬 더 낮을 것임을 시사한다.

결국 비정규직 보호 제도는 비정규직을 전혀 보호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비정규직의 고용 기간만 제한하면 비정규직 문제가 풀릴 것으로 생각한 참여정부의 명분론에 치우친 단세포적 사고방식이 낳은 실패다. 따라서 비정규직 문제는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특별한 사유가 있을 때만 비정규직을 허용하는 독일의 제도가 대안의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비정규직을 허용하는 이유는 고용의 유연성이다. 경영 환경 변화에 맞게 고용도 신축성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 그 근거다. 하지만 지금 고용 유연성은 고용 불안과 저임금으로의 추락을 뜻한다. 결국 고용 유연성은 그런 현실을 호도하는 매우 기만적인 단어가 되고 있다. 이 같은 현실을 타개하느냐 여부에 우리 경제, 나아가 우리 사회의 건강성이 달려 있다. 입만 떼면 국민을 잘살게 해주겠다고 하는 대선 주자들은 과연 어떤 해결책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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