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계보다 중국 축구계에서 더 큰 성공을 거둔 이장수 감독은 중국 선수들의 나태함에 넌더리를 냈다. 그가 처음 지도자로 나섰던 충칭 리판은 당시 중국 1부 리그 최하위 팀이었지만 선수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불성실한 태도를 보였다. 술과 담배를 즐기고 훈련 시간에 늦기 일쑤였다. 이에 이 감독은 선수 숙소에서 함께 기거하면서 선수들에게 성실한 훈련을 요구했고 프로 선수의 자세를 강조했다. 선수들과의 소통에도 힘써 닫혔던 그들의 마음을 열었고 결국 혼연일체가 된 충칭팀은 FA컵 우승이라는 대반전의 드라마를 이끌어냈다.
1980년대 이후 페루 여자 배구를 세계 정상권으로 끌어올린 박만복 감독도 뛰어난 지도자였다. 박 감독은 페루 선수들이 좋은 신체 조건을 지녔으면서도 약한 수비와 조직력 때문에 경기력이 떨어지자 약점 보완에 집중했다. 페루 선수들이 전에 받아보지 못한 강한 훈련을 시행하며 수비와 조직력을 끌어올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 과정에서 선수들의 반발이 적지 않았으나 그는 선수들을 다독여가며 페루 대표팀을 원하는 수준까지 만들어냈다. 그 결과 페루 여자 배구는 서울올림픽 은메달을 따내는 등 각종 국제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팀으로 탈바꿈했다.
한국의 스포츠 지도자들이 외국에서 성공을 거둔 주 요인은 선진 기술을 전수하는 것과 함께 정신력을 강화시키는 데 능한 지도력을 꼽을 수 있다. 선수들과 동고동락하는 헌신적 자세도 빼놓을 수 없다. 한국이 강세를 보이는 태권도, 양궁, 하키, 쇼트트랙 등에서 많은 지도자가 이러한 한국적 방식으로 외국에서 성과를 올리고 있다. 그러나 때로는 강압적인 지도 방식이 도마 위에 오르기도 한다. 최근 전재수 미국 쇼트트랙 대표팀 감독이 선수들을 신체적, 언어적으로 학대했다는 논란에 휩싸여 있는 것도 그러하다. 조사 결과가 나와봐야 알 수 있겠지만, 미국 현지의 시각은 곱지 않다.
한국 지도자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좀 더 보편적인 지도 방식을 고민해 보아야 한다. 외국 선수들과 겪게 되는 '문화적 차이'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국제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지도 방식을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한국 지도자들의 해외 진출 문호도 계속 넓어질 수 있고 국내에서 종종 문제가 되는 체벌 같은 것도 사라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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