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공존의 강, 희망의 강] (30)군위 위천

학은 둥지 틀고 일연이 붓 잡은 松林 수직 절벽

위천은 군위의 대동맥이다. 일연 스님은 말년에 위천 품에서 평생의 역작인 삼국유사를 완성했다. 위천의 지류인 남천을 따라가면 보는 것만으로도 시원한 팔공산 동산계곡이 나온다. 사람들은 강 곁에 돌담을 쌓고 집을 지어 마을을 형성했다. 또 자연 절벽에 석굴을 만들고 석불을 모셨다. 군위의 역사문화는 위천 품에서 꽃피었다. 그중 으뜸인 일연 스님과 삼국유사를 통해 군위만의 관광 브랜드를 구축하고 있다.

◆위천의 품에서 탄생한 삼국유사

군위군 고로면 화북리 위천변에 직각의 가파른 절벽이 있다. 학들이 둥지를 틀었다 해 학소대로 불린다. 학소대 옆으로 소나무 숲이 무성한 돌산이 버티고 있다. 예로부터 선비들은 이곳을 찾아 시를 읊었다. 그 아래 주변 풍광을 거울처럼 담아내는 위천이 천천히 흘렀다.

학소대 앞 인각사에서 삼국유사가 탄생했다. 신라 선덕여왕 11년인 642년 의상대사가 세운 인각사는 고려 충렬왕 10년에 대규모로 중건되면서 전국 명찰 중 하나로 번성했다. 일연 스님은 1283년 78세에 인각사로 들어와 6년 동안 머물며 삼국유사를 포함해 불교 서적 100여 권을 저술했다.

삼국유사는 삼국사기와 함께 한국 고대사 서술의 최고봉으로 손꼽힌다. 저술 당시 고려는 원나라의 침입을 받았다. 원나라 밑에서 수십 년 동안 수난을 겪으면서 자주성을 찾자는 의식이 싹을 틔웠다. 이런 시대 상황 속에서 일연은 붓을 잡았다. 삼국유사는 삼국사기에는 없는 단군신화를 당당히 책에 넣었다. 오랜 역사를 간직한 나라로서의 자존감을 높였다. 단군을 하늘의 아들로 그려내는 등 우리의 역사문화가 중국에 뒤지지 않는다는 민족사관을 펼쳤다.

삼국유사는 문학적으로도 의미가 있다. 일연이 쓴 48편의 정형시와 고대 시가인 향가, 설화, 민요가 담겨 있다. 특히 향가 14수는 균여전에 전하는 11수와 함께 국문학의 귀중한 유산이다. 삼국유사는 우리의 신화와 옛 전설을 알 수 있는 현존 유일의 책이다. 그리고 불교에 관한 풍부한 자료와 신앙'사상'민속'일화 등 다방면에 걸쳐 방대한 자료가 수록돼 있다.

조옥자 군위군 문화해설사는 "일연은 길 위의 스님이었다. 한곳에 머무르지 않고 전국을 다니며 고승과 촌로 등에게서 이야기를 수집해 서술한 평생의 역작이 삼국유사다"며 "일연은 삼국유사를 통해 저술가이자 종교인, 역사가, 문학가로서의 뛰어난 면모를 드러냈다"고 설명했다.

◆강 따라 이어진 자연과 사람의 풍경

군위의 8할은 위천이다. 강을 따라 아름다운 자연이 펼쳐져 있고 그곳에서 삶을 이어온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다.

군위 남쪽 끝에 솟은 팔공산 자락에 동산계곡(부계면 동산리)이 있다. 약 4㎞에 걸쳐 바위 사이로 물길이 나 있다. 울창한 녹음과 어우러진 작은 폭포가 계곡 곳곳에 있다. 이곳은 예부터 물이 많다고 해 '멱바우'로 불리고 있다. 동산계곡은 대구에서 79번 지방도로를 따라 팔공산 한티재를 넘어 군위로 들어오는 길에 위치한 멋진 드라이브 코스다.

동산계곡에서 차로 10여 분 떨어진 곳에 한밤마을(부계면 대율리)이 있다. 부림 홍씨 집성촌인 마을에는 고가, 재실, 자연석 돌담, 소나무 숲과 제방 등 문화 유적이 곳곳에 남아있다. 보물로 지정된 대율리 석불입상과 경상북도 유형문화재인 대율리 대청이 있다. 무엇보다 제주도를 연상하게 하는 돌담으로 유명하다. 마을이 형성될 때 세워진 돌담은 1천여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한밤마을 중심부에는 상매댁이 있다. 1836년 지어진 것으로 원래 흥(興)자형의 독특한 배치형태를 이루고 있었으나 광복 후 중문채와 아래채가 철거됐다. 지금은 ㄷ자형의 안채와 일(一)자형의 사랑채, 사당이 있고 주위는 자연석 돌담이 둘러싸고 있다.

한밤마을에서 5분여 떨어진 곳에 국보 109호인 삼존석굴(부계면 남산리)이 있다. 주위는 팔공산 비로봉에서 뻗어 내려온 산줄기가 거대한 바위산 절벽을 이루고 있다. 석굴은 신라 소지왕 15년(493) 극달화상에 의해 조성됐다. 현재 아미타불과 대세지보살, 관음보살이 모셔져 있다. 1970년대 초 학자들에 의해 경주 석굴암보다 100년 이상 앞서 창건된 것으로 규명돼 우리나라 석굴사원의 모태로서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선택과 집중을 통한 관광 개발

군위군은 일연과 삼국유사를 관광 브랜드로 선택해 집중 육성하고 있다. '삼국유사의 고장 군위'라는 브랜드를 특허청에 출원해 2010년 등록을 완료했다. 농업'원예, 임업 생산물, 전자 출판물 등 상품 분야와 광고, 방송, 여행, 디자인 등 서비스 분야에서도 상표 보호를 받고 있다.

군위군은 의흥면 이지리 일대에 2016년까지 1천374억원을 들여 삼국유사와 일연의 모든 것을 한눈에 보고 체험할 수 있는 '삼국유사 가온누리'를 조성하고 있다. 가온누리는 삼국유사의 역사성과 우수성을 재조명하고 전국에 흩어져 있는 삼국유사 관련 자료와 연구를 집대성하는 공간으로 구성된다.

가온누리의 중심공간인 '으뜸누리'는 삼국유사의 핵심 문화콘텐츠를 전시'교육하는 공간이다. 이곳은 고대국가의 역사를 감상할 수 있는 역사체험관, 이야기 형식으로 꾸며진 삼국유사 이야기학교로 구성된다. '얼쑤누리'는 공원, 광장 등 휴양과 놀이의 공간으로 조성된다. 마당놀이장, 수경공원, 먹거리촌, 야외카페 등이 계획돼 있다. '아름누리'는 단군의 건국신화, 일연의 삶, 각종 문화예술 콘텐츠들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놓은 문화 공간이다.

남창호 군위군 문화관광과장은 "군위 대표 브랜드인 삼국유사에는 설화, 전설 등 이야깃거리가 무궁무진하다. 이를 현실에 맞게 표현하고 다양한 테마로 관광자원화한다면 관광지로서 군위의 가치는 더 높아질 것이다"며 "2016년이면 군위가 고향인 고 김수환 추기경의 '사랑과 나눔 공원'도 군위읍 용대리 일대에 모습을 드러낸다. 생가와 추모체험관 등 고 김 추기경 생애와 업적을 기리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밀 계획이다"고 말했다.

글'사진 서광호기자 koz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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