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안철수, 정치 쇄신 구체적 비전 제시해야

안철수 서울대 교수가 19일 대통령 선거 출마를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1년간 정치 참여를 고민하다 뒤늦게 내린 결단이었다. 정당의 경선 절차를 거치지 않고 대통령 후보로 나서긴 했지만, 일정한 지지를 얻는 그의 등장으로 대선 구도는 박근혜-문재인-안철수의 3자 대결로 짜이게 됐다. 대선 정국의 불투명성이 어느 정도 걷혔으나 안 교수가 일단 선을 그은 야권 단일화의 변수도 살아있어 앞으로 그의 행보가 주목된다.

안 교수는 출마 의사를 밝히는 자리에서 시대의 숙제를 감당하겠다며 정치 쇄신을 강조했다. 어떤 어려움과 유혹이 있더라도 흑색선전과 같은 낡은 정치는 하지 않겠으며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에게 국민 앞에서 정책 경쟁을 약속하자는 제안도 내놓았다. 정치 경험과 조직, 세력이 없지만 그만큼 빚진 것도 없다면서 공직을 전리품으로 배분하는 일만큼은 절대 하지 않겠다는 말도 했다.

안 교수는 그동안 정치권 바깥의 참신한 인물로 기대를 모았으며 기존 정치에 대한 실망과 새로운 정치에 대한 열망을 안고 대통령 후보로 나서게 됐다. 이러한 현실을 잘 인식하고 정치에 뛰어든 그에게 정치 쇄신은 남다르게 부과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안 교수는 출마의 변에서 정치 쇄신의 당위성을 주로 언급했을 뿐 정치 쇄신의 구체적 방안이나 분야별 정책, 뜻을 같이하는 정치 세력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좀 더 구체적인 방안들이 제시됐어야 했으나 내용은 빈약했다.

안 교수에게는 정치적 자질과 역량에 대한 우려도 있다. 그가 이러한 의구심을 덜어주려면 대선이 90일밖에 남지 않은 시점을 고려해 정치 쇄신 방안, 대선 후보로서의 정책 공약, 함께하는 정치 세력의 면면들을 하루빨리 제시해야 한다. 또 이미 제기된 여러 의혹을 포함해 혹독한 검증 과정도 거쳐야 한다. 그가 대통령이 되지 않더라도 정치인으로서 살아가겠다는 뜻을 내비친 만큼 책임 있는 자세로 국민에게 다가가야 한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