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LIG그룹 총수 일가의 치졸한 사기 행각

LIG건설의 기업어음(CP) 부정 발행 사건은 용서할 수 없는 범죄다. 자본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신뢰에 반하는 범죄'일 뿐만 아니라 한국 재벌의 천민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치졸한 사기다. LIG건설은 지난해 2월 28일부터 3월 10일까지 약 242억 원어치의 CP를 발행한 뒤 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 '먹튀' 논란을 빚었다. 이 CP는 당연히 휴짓조각이 됐다.

검찰은 이것을 구자원 회장을 비롯한 그룹 총수 일가의 '기획'으로 보고 있다. CP 발행을 위해 동원한 수법을 보면 이는 확실해 보인다. LIG그룹은 건설 경기가 악화되자 2010년 12월 LIG건설을 지주회사인 LIG홀딩스의 자회사로 편입하려다 LIG건설이 법정관리를 받게 되자 무산됐다. LIG그룹은 이 같은 사실을 투자자들에게 알리지 않은 채 법정관리 신청 11일 전인 지난해 3월 10일까지 CP를 발행했다.

이뿐만 아니다. 검찰에 따르면 LIG건설이 CP를 발행하기 위한 신용등급(A등급)을 받기 위해 분식회계로 90억 손실을 숨기기도 했다. 투자자 공시 위반, 분식회계 등 '사기형' 기업범죄의 전형이다. 이 같은 CP 사기 발행의 목적이 구 회장 일가가 2006년 LIG건설을 인수하면서 담보로 잡힌 주식을 법정관리 이전에 되찾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즉 CP 발행으로 마련한 자금이 총수 일가로 흘러들어 갔다는 얘기다.

이는 기업이 총수 일가의 사익 추구의 도구가 되고 있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런 후진적 기업 문화로는 선진 자본주의는 꿈도 못 꾼다. 정치권이 추진 중인 '경제 민주화'에 국민이 지지를 보내고 있는 것은 바로 이 같은 재벌 총수 일가들의 탐욕 때문이다. 탐욕을 거둬들이지 못한다면 외과적 수술로 도려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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