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짙어간다. 아침저녁으로 바람이 서늘하다. 출근길에 마주친 길 가 대추나무에 매달린 대추가 연두색에서 점차 진한 고동색으로 물들어 간다. 추석이 다가오고 있다는 표시다. 가을로 접어들면 추어탕이 생각난다. 추어탕에는 어쩐지 고향의 모습이 담겨 있는 것 같다. 대구은행 범물지점 이창희 지점장은 "추수를 앞둔 볏논의 물꼬에서 잡은 미꾸라지를 한두 마리씩 모아두었다가 아들이 오면 끓여주시던 '엄마표 추어탕'은 세상에서 가장 맛있었다"고 기억한다.
요즘 추어탕은 사시사철 즐기는 음식이 됐다. 하지만 추어탕은 역시 미꾸라지가 통통하게 살이 오른 가을이 제철이다. 추어탕 맛은 어디서나 비슷한 듯하지만 사실은 고장마다, 음식을 만드는 손길마다 다른 맛을 낸다. 추어탕에 들어가는 재료와 미꾸라지를 손질하는 방법에 따라 맛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상도식, 전라도식 등으로 부르며 맛을 구분한다.
대구 수성구 범물동에 있는 '고향추어탕'은 진밭골 가는 길 중간에 있다. 큰길 가에 있는데다 간판도 옛 글씨체라 추어탕과 멋지게 어울린다.
고향추어탕의 맛은 전형적인 경상도식이다. 푹 삶은 추어(미꾸라지)를 손으로 문질러 뼈를 발라낸다. 요즘은 가을 청방배추를 넣어 시원하고 깔끔한 맛이다. 특별한 맛을 내기 위해 별스럽게 솜씨를 부리지 않는다. 고향추어탕 임미애 사장은 순진하다 싶을 정도로 추어 고유의 맛을 낸다. 화려하지 않고 소박한 전통의 맛이다. 그 솜씨는 경산에서 오랫동안 추어탕 식당을 해 온 친정어머니에게서 물려받았다. 임 사장은 "어릴 적 어머니가 추어탕 끓이는 모습을 늘 어깨너머로 봐왔지만, 아직도 그 맛을 내기 어렵다"며 "요즘도 가끔 어머니가 오셔서 지켜봐 주신다"고 말한다.
잠깐 기다리는 동안 구수한 냄새를 풍기며 뚝배기에 담긴 추어탕이 등장한다. 그 냄새가 시장기를 재촉한다. 한 숟가락 떠 후~후 불면서 국물 맛을 보니 텁텁하지 않고 오히려 심심할 정도로 맑은 맛이다. 깔끔한 맛의 주인공은 단맛을 내는 가을 청방배추다. 큼지막한 배추를 자르지 않고 통째로 사용한다. '조금 부담스럽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연하게 씹히는 청방배추 특유의 맛에 빠져든다.
배추와 양념류 등은 경산 전통시장에서 구매한다. 임 사장은 "경산지역 할머니들이 농사 지어 조금씩 내놓은 것을 사는 오래된 습관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창희 지점장은 "가을에 언제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음식이 추어탕"이라며 "손님 접대를 하거나 직원 회식 때 자주 고향추어탕으로 온다"고 밝힌다.
임광열 부지점장도 "추어탕은 주인의 정성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독특한 음식"이라며 "임 사장은 손님이 오면 즉석에서 추어탕을 끓이고 오이'양파무침 등 반찬도 금방 만들어 주는 그 맛깔스러움이 좋다"고 평가한다.
김선미 대리는 "추어탕은 텁텁한 맛을 내기 쉽지만, 이 집은 언제나 맑고 깔끔한 맛을 즐길 수 있다"며 "추어 튀김을 주문하면 고추'양파'가지 등 다채로운 채소튀김을 만들어줘서 정말 좋다"고 평가를 한다.
이지홍 행원은 "구태여 추어탕 맛을 표현하자면 어릴 적 시골집에서 어머니가 끓여 주시던 그 손맛"이라며 "잡냄새가 나지 않아 먹은 후에도 깔끔한 끝맛이 좋다"고 말한다.
김병우 직원(청원경찰)은 "언제나 편안한 분위기라 퇴근 후 종종 직원들과 어울려 소주 한잔을 즐긴 후 깔끔한 추어탕으로 마무리하면 산해진미가 부럽지 않다"고 말한다. 추어탕은 1인분 6천원. 계절에 따라 제철 채소로 구워주는 부침개도 한 접시 6천원이다. 맛깔스런 추어튀김은 1만2천원(중)과 1만5천원(대)이다. 예약은 053)784-5884.
#추천 메뉴-추어튀김
튀김가루 살짝 바삭바삭…추어 특유의 맛
추어튀김은 옷을 얇게 입혀 바삭하게 튀긴 것이 남다르다. 튀김가루를 살짝 입혀서 튀기는 것도 기술이다. 두꺼운 옷을 입히면 추어 특유의 맛을 즐기기 어렵기 때문이다.
추어튀김 위에는 다양한 채소튀김을 선물해준다. 추어튀김과 함께 양파'단호박'붉은 고추'가지 등 다양한 야채튀김 맛을 즐길 수 있어서 누구에게나 인기다. 씹을 때마다 바삭한 느낌과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사진'박노익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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