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동물의 세계] 핀을 삼킨 고양이

고양이가 얼굴과 전지 양측에 피범벅이 되어서 극도로 흥분된 상태로 내원을 했다. 앞발로 계속 볼을 비비는 것을 보아 구강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취된 상태에서 구강을 검사했으나 잘 관찰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방사선 사진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핀이 혀 밑에서 목 부위로 찔린 상태가 관찰되었다. 바로 혀 밑에 있는 핀을 제거하고 핀이 찔리면서 찢어진 혀 밑 피부를 봉합했다. 다행히 다른 상처는 관찰되지 않았다. 약물 처치를 하고 퇴원을 결정하고, 보호자에게 당부의 말을 전했다.

고양이는 호기심이 많은 동물이다. 자기가 바닥에 떨어뜨린 물건이나 굴려서 움직이는 물체에 대해서 상당히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특징이 있다. 핀도 마찬가지다. 핀의 끝이 둥글고 조금 굵어서 고양이가 발로 치면 굴러가는 특징이 있다. 고양이는 핀을 가지고 놀다가 움직이는 것을 멈추려고 핀을 입으로 물게 되는데 이때 잘못 핀을 물게 되면 구강에 핀이 찔리게 된다. 말을 할 수 있으면 보호자에게 이야기를 하면 되는데 고양이는 말을 못 하고 표현만 한다.

계속 볼을 긁고 얼굴을 비빈다. 그 다음 통증 때문에 흥분을 하게 되고 혀로 핀을 밀어내려고 하면 피부가 찢어져서 출혈이 생기게 된다. 이렇게 되면 고양이는 더욱 흥분 상태에 빠지고 보호자는 만지지 못하게 된다. 동물은 통증이 있을 때에는 보호자가 만져도 통증이 유발되면 공격을 하게 된다. 이때에 보호자가 힘으로 제어를 해서 상처를 관찰하다 보면 큰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병원에 가서 마취를 시킨 후 진정이 된 다음에 검사를 하면 쉽게 문제가 해결된다.

반려동물이 이물질을 삼켜 내원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동전을 삼킨 경우가 가장 흔하다. 그다음이 바둑알을 삼키거나 갈비뼈가 흉부에 걸려서 내원을 한다. 갈비뼈나 개껌을 삼켜 흉부에 걸려서 내원하는 경우는 정말 응급상황이다. 그러나 동전이나 바둑알은 언제 먹었는지 모르고 지속적인 구토를 할 때 방사선 검사에서 관찰되는 경우가 많다. 지난 번에 컴퓨터 마우스 볼을 코커스파니엘이 삼켜 내원을 했다. 마우스 볼을 6개월 전에 잃어 버렸는데 관찰이 된 경우였다. 둥근 원형의 물체는 금방 장애를 일으키는 경우보다는 시간이 경과된 후 위산이 많이 분비되어 구토 증상으로 내원 시 확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

이물질은 대부분 수술방법으로 제거해야 되는 경우가 많다. 반려동물은 고통을 받고, 보호자는 마음의 고통과 함께 비용도 부담해야 한다. 개나 고양이의 호기심을 유발하는 물건을 바닥에 놓아두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물건이 없어진 경우 반려동물이 먹은 것이 의심이 되면 곧바로 동물병원에 가서 확인해야 한다.

최동학 대구시수의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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