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우리 가족 이야기] '오춘기' 아들 어릴 적엔…

사춘기(思春期) 다음에 오춘기가 있다고 한다. 요즘 내 아들이 그걸 겪고 있는 듯하다.

어떻게 대응을 해야 할지 도무지 대화가 되지 않는다. 어느 날 친구네 집에서 자고 온다는 문자메시지만 보내고는 연락 두절이다.

어느 부모가 '그런가 보다'라고 생각하며 편히 잠들 수가 있을까? 온갖 불길한 생각으로 밤을 보냈다. 다음날 등교는 하였는지 궁금했지만 연락도 없다. 학교로 전화해보자는 아내를 만류하고 저녁때를 기다리자고 했다.

평소 아들이 여자아이처럼 자잘한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들 없이 둘만 있으니 자식 걱정 말고는 딱히 할 말이 없다. TV를 보다 책장에서 앨범을 꺼내 한 장씩 넘기는 아내 곁으로 갔다. 젖먹이 때부터 일주일 간격으로 찍어서 순서대로 정리해둔 아들의 성장과정을 보니 정말 세월이 유수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순간순간 얼마나 예뻤는지. 가장 예쁠 때가 6세쯤인 것 같다. 처음 글을 익히고 재롱을 떨며 추석빔으로 사준 옷을 입고 충성을 외칠 때의 모습이 눈에 박혔다. 그런데 왜 지금은 제멋대로 살려고 하는지.

성장과정이라고 생각하자며 마음을 너그럽게 가지려 하고 있던 중 "죄송합니다" 하며 현관문을 들어서는 아들, 아! 집으로 들어와 줘서 얼마나 고마운지.

"짜슥, 밥은 문나?"

"언지요(아니요), 배고파요. 밥 주세요."

아내는 아들이 보게끔 여섯 살 적 사진을 펴놓고 조용히 식탁으로 가고 있었다. 나는 얼른 휴대폰으로 그 사진을 찍었다.

김병욱(대구 북구 태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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