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상 백일장] 스카치테이프/해결책은 'Reset'이다/동굴/말 한마디가 전하는 행복과

♥수필1-스카치테이프

우리가 물건을 붙이는 데 흔히 사용하는 것이 투명한 스카치테이프이다. 이것을 사용하다 보면 스카치테이프의 끝부분을 못 찾아 손톱 끝으로 이리 돌리고 저리 돌리면서 시간을 허비한 경험들이 종종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피식 웃음이 나온다.

그것을 사용한 다음에 조금만 끝 부분을 접어두는 센스(!)만 있으면 다음 사람들이 손쉽게 끝 부분을 찾아 사용할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이렇듯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느끼는 것인데도, 뒷사람을 위해 조그마한 배려가 아쉬울 때가 많다.

스카치테이프는 둥글다. 이것은 양파껍질처럼 겹겹이 싸여 있다. 스카치테이프를 보노라면 둥근 모형이 그렇고, 촘촘히 싸여진 것도 그렇고, 하여튼 우리의 인생과 닮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스카치테이프를 사용한 후에 그 끝을 잘 마무리해서 정리해 두면 마치 그물이 헝클어지지 않고 일사천리로 펴지듯이 잘 벗겨질 것이고, 대충 되어 있으면 해보지도 못하고 그 끝을 찾는 데 아까운 시간을 낭비하게 될 것이다.

어설프게 끝을 마무리해둔 스카치테이프는 다행히 그 끝을 찾아 한동안 양파껍질처럼 벗겨지다가도 엉뚱한 방향으로 가버리고, 또 다시 반복해야 하는 불행의 늪으로 떨어질 수가 있다.

우리가 시작할 때 어떻게 마음먹느냐에 따라서 내 인생 항로가 바뀐다는 진리를 스카치테이프가 알려주는 것 같다.

윤보원(구미시 공단동)

♥수필2-해결책은 'Reset'이다.

아파트 단지에 큰 행사가 열린다는 공지를 승강기 안에서 보았다. 먹거리 장터와 농식품 직거래장 그리고 어린이 그림 그리기 등. 하지만 나의 관심은 장기자랑이었다. 다른 건 몰라도 노래만큼은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예심통과는 당연할 것이라 생각되었다. 하지만 본선은 많은 사람 앞, 무대 위에서 하는 거라서. 이런 순간 항상 나의 발목을 잡는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다름 아닌 '무대 울렁증'이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나에게 무대 울렁증이라는 것이 왜 생기게 되었는지 기억해낼 수가 없다. 이런 생각에 푹 빠져서 거리를 거닐다가 새 한 마리가 아주 높은 나뭇가지 위에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저 새는 어떻게 아무런 두려움 없이 저렇게 높은 곳에 태연하게 앉아 있을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리고 새는 단순히 날개가 있어서가 아니라, 원래 새는 높은 곳에서 두려움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따라서 나의 문제 해결책은 '나는 무대 위에서 울렁증이 느껴져야 한다'고 잘못 각인된 나의 생각 자체를 지워 버려야 하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 이제 무대는 그냥 무대일 뿐이고, 무대 울렁증은 이제 나의 머릿속에서 'Reset'이다.

조상현(대구 달서구 상인1동)

♥동시-동굴

친구가 하품을 한다

친구 입 안 속이 동굴 같다

두 개의 이빨이 튀어나온 게

동굴 고드름 같다

입 안 속이 동굴 같아

별명을 동굴이라고 할까?

이석우(매곡초등학교 1학년)

♥시1-말 한마디가 전하는 행복과 불행

선생님의 따뜻한 격려의 말 한마디가 아이의 얼굴에는 미소가

점원의 밝은 표정의 말 한마디가 손님 얼굴에는 스마일이

부모님의 관심 어린 말 한마디가 아이에게는 용기를

강사의 세심한 배려의 말 한마디가 운동하는 사람에게는 행복을

아내가 전하는 사랑의 말 한마디가 생활전선의 남편에게는 최고의 보약

선생님의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가 아이의 얼굴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점원의 퉁명스러운 말 한마디가 손님 얼굴에 짜증이

부모님의 무관심한 말 한마디가 아이에게는 좌절을

강사의 예의 없는 말 한마디가 운동하는 사람에게는 스트레스를

아내가 전하는 막말 한마디가 생활전선의 남편에게는 최악의 독약

말 한마디에 행복해지고 말 한마디에 가슴에 상처가 되는 세상

하는 말마다 정감 넘치는 말로 행복한 세상 만들어 보세나.

노태수(대구 달서구 송현2동)

♥시2-어머니

앞마당 매화꽃 흐드러진 봄

큰 항아리 두 개 손수 빚은 메주 두 장

며느리 집 뜨락에 내려놓으시던 어머니

첫아이 임신에 몸조차 가누기 힘들어

찡그리는 며느리 귓전에 대고

메주는 잘 씻어 물기를 빼고

소금은 물을 조금씩 부으면서 녹여

계란 띄워 동전 크기만큼 떠오르면

메주를 넣고 잊을 만큼 기다리면

간장 된장이 된다고 알려주시던 어머니

다시는 되돌아올 수조차 없는 아득한 곳에

그해 겨울 아픔만 남겨 놓은 채

며느리 곁을 떠나셨다

그 항아리 깊숙한 곳에

장 담그는 법 묻어둔 채

며느리는 매실 효소 담구어

배앓이 하는 어머니 손자에게

할머니 마음 대신 전해 드린다

유정자(김천시 교동)

※지난주 선정되신 분은 홍봉식(김천시 부곡동) 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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