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애국가의 저작권 문제가 크게 이슈가 된 사건이 있었다. 저작권법상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애국가의 파일을 배포하거나 온라인상에 올려놓는 행위 등이 모두 불법이므로 문화관광부에서 행정자치부에 "안익태 선생의 유족과 접촉하여 저작권을 일괄 구입하는 방안을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던 것이다. 이 사실이 인터넷에 퍼지면서 네티즌 사이에서는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 "무슨 애국가의 저작권료를 받나? 차라리 애국가를 새로 만들자" 등 주로 부정적인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댓글을 읽어보니 비판이 지나쳐 마구 비난하는 수준에까지 이르는 등 점입가경이었다.
이후 안익태 선생의 유족 측에서 저작권료를 받지 않기로 하고 정부에 저작권을 무상기증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로 인해 이 일은 잘 마무리된 것 같았다.
얼마 전 런던 올림픽이 성대하게 막을 내렸다. 우리나라는 역대 원정 최고의 성적을 내며 스포츠 강국의 면모를 전 세계에 떨쳤다. 필자는 올림픽 기간 내내 간간이 들려오는 각국의 국가를 들으며 그간 잊고 있었던 수년 전의 애국가 논쟁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됐다.
음악인의 입장에서 국가를 들으면 선율에서 그 나라 음악문화의 특징을 대충은 짐작할 수 있다. 예컨대 미국의 국가를 듣고, 영국'독일 국가를 들으면 그 나라의 음악이 느껴지고, 심지어 일본의 국가인 기미가요도 일본의 전통 5음계를 사용하여 동양적이면서도 일본다운 느낌이 든다.
그에 반해 우리의 애국가는 우리 전통음계와는 거리가 먼 사장조의 7음계 선율이다. 순수한 서양음계로 작곡되어져 있다는 말이다. 음악적으로 냉정하게 분석하면 선율에서 우리나라 음악의 특징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학생들과 수업을 할 때 우리나라의 수천 년에 빛나는 음악 역사를 이야기하고 전통 5음계 음악의 특징에 관해 그토록 강조했건만 어찌 애국가에서 우리 음악의 특징을 찾아볼 수 없단 말인가?
2000년대 초반부터 한동안 공중파 TV가 끝날 때쯤 들려오는 애국가를 국악관현악 반주로 연주한 적이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그 당시 나라에서 거행하는 국경일 행사 때도 국악으로 애국가 연주를 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었다. 필자가 국악을 하는 사람이지만 국악기로 연주하는 애국가를 들을 때마다 항상 어색하고 불편했었다. 작사 작곡자의 친일논란 등은 차치하고라도 일단 선율 진행에서 전통음계와는 맞지 않기 때문이다. 수천 년의 음악문화를 자랑하는 나라에서 전통악기와 전통음악으로 자국의 국가를 완벽히 연주할 수 없다는 불편한 진실! 하루빨리 음악인들이 분발하여 선율적으로 우리 민족의 정체성이 잘 드러나고 국악기로든 양악기로든 완벽히 연주가 가능한 국가를 연주할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이현창(대구시립국악단 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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