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장에서 탈옥해 도주 행각을 벌이고 있는 최갑복(51) 씨의 탈옥 성공 이면에는 경찰의 총체적 근무 태만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최 씨가 유치장 탈옥을 감행한 17일 오전 경찰서 책임 당직 근무자마저 유치장 내부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된 것.
경찰에 따르면 최 씨가 경찰서를 최종적으로 빠져나간 것으로 추정되는 시각은 17일 오전 5시 5분쯤. 최 씨가 유치장에서 사라진 것을 경찰이 안 것은 이로부터 2시간 35분 뒤였다.
그러나 이날 오전 6시쯤 경찰서 전체의 감시'감독 의무가 있는 야간 상황부실장인 H경위가 유치장에 들렀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런데도 유치장에서 최 씨가 탈옥한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드러났다. 감독순시 규정에 따르면 상황실 당직근무자는 유치장 근무자들의 복무 실태는 물론 유치인 수를 확인해야 한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진 것은 경찰의 통상적인 근무 방식과 연관 있다는 게 경찰관들의 설명이다. 경찰서는 오후 6시부터 야간 근무 체제로 들어가는데 이 경우 경감급 이상의 상황실장과 경위급 상황부실장이 책임지고 근무하도록 돼 있다. 상황실장은 이튿날 오전 1시까지 감시'감독을 맡고 상황부실장은 오전 1시부터 오전 9시까지 책임지도록 돼 있다는 것.
이들은 두 시간에 한 번꼴로 경찰서 각 지점에 놓인 확인란에 자신이 이곳을 순찰했음을 확인하는 서명을 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대체로 서명만 하고 다음 지점으로 가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게 경찰관들의 귀띔이다.
특히 사건이 터진 경찰서 유치장의 경우 점호 등의 방식으로 수감자 확인을 하는 것도 아닌데다 길어야 열흘 정도 머무르는 수감자들의 특성상 일일이 깨워 확인하기 곤란한 실정이다. 또 유치장 근무자들 역시 이중으로 설치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면 자다가 깨 확인을 받고 다시 자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는 것. 최 씨가 탈옥한 날의 경우 오전 6시 순찰 이후에는 더 이상 순찰이 없어 경찰관이 계속 잤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이다.
유치장 근무 경험이 있는 한 경찰관은 "유치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입감 과정"이라며 "이미 유치장에 수감된 이들은 구속된 것이긴 하지만 유죄가 확정된 것도 아니어서 상대하기 곤란한 면이 없지 않다"고 털어놨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유치장 근무 경찰관들이 승진 시험공부를 위해 지원하거나 체력이 달려 오는 경우도 적잖다는 것이다. 경찰 한 관계자는 "조용한 분위기에서 공부하기가 좋아 유치장을 지원하는 경우가 적잖다"며 "나이가 있는 직원들의 경우 지구대 근무보다는 유치장 근무를 선호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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