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동희의 동양고전 이야기] 유교 핵심이 쏙∼ '정치윤리 입문서'

'대학이란 책은?'

이제까지 소위 사서(四書)를 중심으로 설명하고 있는데, 이는 우리 주위를 둘러보아도 한문 공부를 한다는 교양 과정에 모두 사서를 중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사서가 가장 좋은 고전이라는 뜻은 아니다.

주위 교양 강좌에서 또는 대학의 한문학과나 고전연구원 번역자 양성 과정에서나 사서를 중시하기 때문에 왜 사서를 먼저 공부하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또 교양을 지나서 고전 원문을 보려고 하면 소위 한문으로 된 우리나라 전통 문화의 내용에 이 사서를 종횡으로 인용하고 있기 때문에 이것을 모르고는 읽을 수 없다는 것도 이유 중 하나다. 교양 차원에서도 오늘날 '대학'(유니버시티)이나 '과부족이 없는 중간'이라는 뜻으로 '중용'이라는 말을 많이 쓰고 있는데, 이러한 말들이 4서에 올라 있는 대학과 중용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대학과 중용은 페이지가 적은 고전이지만, 그 속에 유교(유학)의 핵심 사상이 들어 있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고, 그래서 반드시 살펴보아야 하는 당위성이 있기도 하다.

예를 들면, 대학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수신제가 치국평천하'의 순서가 실려 있고, 우리가 공부(수양)를 왜 해야 하며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말해주고 있다. 원래 대학은 옛날 국립 엘리트 교육기관인 '태학'(太學)의 교육 목표와 지침, 교육과정을 적어놓은 책인데, 중간에 편차가 흩어지고 빠지고 하여 약간 계통이 어지럽게 된 것이 단점이다. 이것을 주자가 바로 잡아 불교와 도가(도교)에 대항해 유학을 살려내려는 목적으로 이 책을 '유학 개론서'로 삼았다.

그만큼 이 책은 유학 정신을 잘 설명하고 있는 고전이다. 핵심은 대학 앞 부분(경 1장)에 요약한 대로다(그 뒤의 것은 부연 설명이다). 왕이나 정치 엘리트는 정치에 앞서 자기 몸을 수양하고, 집을 먼저 다스리고, 그 다음에 정치에 임해야 한다는 당위를 말하였다. 지금도 이 정치윤리는 유효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정치인의 도덕성에 민감한 것도 그 영향이다.(너무 지나쳐 '아니면 말고식'의 무고를 하는 경우가 많지만). 여기에 중요한 시사점이 하나 있다. 유능한 정치인이 되기 위해서는 '격물치지'(格物致知)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자도 단순한 유덕자가 아니었고, 당시 최고의 지식인이었다. 공자는 내가 뭘 많이 안다고 하느냐 하고 겸손하게 말했지만, 격물치지를 오늘날로 치면 '법에 정통'한 것이 주 내용이다. 미국의 많은 정치 엘리트들이 변호사 등 법률 전문가인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우리나라 많은 정치 지망생들은 여기서 자신을 되돌아봐야 한다. 많은 전문 지식인이 정치에 참여하는 것은 그 다음 문제이다. 대학 경 1장은 '주문'(주기도문)처럼 항상 외울 필요가 있다.

이동희 계명대 윤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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