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목 이책!] 식탐

식탐/서명숙 지음/시사인북 펴냄

제주올레 이사장인 서명숙이 이번에는 '길'이 아니라 '음식'에 관한 책을 펴냈다. 어릴 때는 제주에서, 기자 시절 전국을 누비며, 제주올레 이사장으로 전 세계 곳곳을 돌며 맛본 음식에 관한 에피소드들을 책에 담았다. 제목처럼 '식탐'에 관한 추억인 셈이다.

아버지는 새파란 청년 시절 인민군으로 차출돼 남한에 내려왔고, 낙동강 전투에서 낙오해 거제도수용소에 수용되었다가 북쪽 대신 남한을 선택한 분이다. 그래서 저자의 아버지는 소울 푸드로 냉면을 드시곤 했다.

어머니는 음식에 관한 한 모든 식구들에게 공평했다. 어머니는 약값이나 병원비보다 음식값이 싸다는 이유로 먹는 것에 관해 늘 관대했다.

제주는 할망들의 나라다. 할망이 물질을 하고 농사짓고, 손주에게 용돈을 주고 버릇없는 동네 아이들을 혼낸다. 제주시 향토 오일장에는 아예 할망들만 좌판을 펼 수 있는 '할망 시장' 골목이 따로 있다. 해녀조합에서는 나이 먹은 해녀들을 위해 '할망 바당'을 설정해 젊은 해녀들의 조업을 금지한다. 할망들이 즐겨 마시는 제주 전통음료는 '쉰다리'다. 감귤 농사와 관광으로 소득이 늘어나기 전까지만 해도 제주에서 쌀밥은 부잣집에서나 구경할 수 있었고, 그것도 남자 어른들의 몫이었다. 대신 보리밥이 대세였다. 보리밥이 쉬기 일쑤인 제주도 여름에 아낙들은 쉬어버린 보리밥을 찬물에 씻고 또 씻어서 누룩을 넣고 발효시켰다. 그렇게 하룻밤을 지내면 쉰보리밥은 발효되어 달착지근한 마실 거리로 변신했다. 쉰다리에 함유된 유산균의 수가 같은 양의 요구르트 음료의 수십 배에 이른다고 한다. 저자는 길에서 만난 각종 음식들과 사람들의 사연을 적당히 버무려 맛깔 나는 한 편의 글로 완성했다. 268쪽, 1만3천원.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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