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왕산에 '건국'하는 '상상나라'…'장난끼 공화국' 들어는 봤나요?

청송
강우현 상상나라국가연합 준비위원장이 청송의
청송 '장난끼 공화국' 엠블럼.
'장난끼 공화국' 독립 선언을 한 한동수 청송 군수.
강우현 상상나라국가연합 준비위원장이 청송의 '장난끼 공화국'을 연상한 스케치를 바탕으로 관광단지가 조성될 예정이다.

올 연말 청송 주왕산 자락에서 새로운 국가가 탄생한다. 초소형 국가 '장난끼 공화국'이다. 장난스러움과 변덕스러움이 '발명'으로 통하는 나라. 지역색이나 국적, 인종, 정치적 성향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국가다. 청송 뿐만이 아니다. 전국 9개 지방자치단체는 각 지역에 '상상 나라'를 세우기로 하고 '상상나라국가연합'(UNI)까지 결성했다. 서로의 지역적 특성과 개성을 존중하며 고유의 역사와 찬란한 전통을 이해하고, 아름다운 대자연 속에서 예술문화를 사랑하며 공동 협력하는 것이 이들의 목표다.

◆장난끼 공화국, 정체는?

'장난끼 공화국'은 '마이크로네이션'(초소형 국가체) 중 하나다. 이들은 실제 독립을 선포하고 통화, 국기, 우표, 문자 등 국가 상징을 만들기도 한다. 현재 전 세계에는 120개가 넘는 마이크로네이션이 활동 중이다. '장난끼 공화국'의 모태는 2006년 남이섬에 문을 연 '나미나라 공화국'이다. 연간 230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나미나라 공화국은 고유 여권과 화폐, 우표, 문자 등 국가 브랜드를 갖고 있다.

'장난끼 공화국'도 독립 국가 체제인 만큼 출'입국 절차를 통과해야 한다. 별도의 여권을 발급 받아야 입국할 수 있고, 내부에서는 고유의 화폐인 '유니'로 환전해야 사용할 수 있다. 공화국 안에는 흙과 돌, 나무로 지어진 거대한 토성을 비롯해 다양한 재료를 활용한 건물들이 들어선다. 모든 길은 포장되지 않은 흙 길이며 '무대 없는 공연장', '수중 부양 건물' 등 상식을 뒤엎는 시설들이 들어선다.

'장난끼 공화국'의 국가 이념은 '발명'이다. 무엇이든, 어떤 것이든 상상하는 대로 창조할 수 있다. 건물 등도 미리 설계해서 짓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이 직접 꾸미고 창조한다. 이 때문에 건물 대부분은 여러 목적으로 바꿔 사용할 수 있는 간이 시설들로 구성된다. 무대없는 공연장에서는 발명 캠프 참가자들이 스스로 무대를 창조한다. 작품과 무대 시설, 프로그램 운영까지 발명 캠프의 소재로 사용된다.

수중 부양 건물은 수상 무대와 수상 시설로 구분된다. 수상 무대는 사용할 때만 물에 띄우고 평소에는 인공 호수로 사용한다. 이 부분 역시 발명의 소재가 된다. 수상 시설은 바닥 전체를 유리로 만들어 사계절 내내 물 속을 관찰할 수 있도록 만든다. 모든 시설은 발명에 의해 만들어지고 꾸며진다. 발명 캠프에 참석하는 사람에 따라 나라의 모습이 다양한 모습으로 발전하는 셈이다. 스케치를 제시하고 색깔을 입히는 건 공화국 국민들의 몫이다.

청송군은 '장난끼 공화국'을 통해 누구나 먼저 시작하면 창작이 되고 발명이 되는 아주 재미있는 상상의 시작을 선보이겠다는 계획이다. '끼'있는 사람들이 모여 다양한 사고와 창작을 이뤄낼 자리를 마련해 발명까지 이어간다는 것. 청송군은 발명대회의 소재로 혹한을 이겨낼 아이디어를 찾기로 했다. 시작은 올 연말 열리는 '제1회 전국청소년 발명 캠프'다. 청송군 관계자는 "현재 7천만원의 예산이 배정됐고'에너지-겨울 추위 극복 아이디어 경연'이란 소주제를 갖고 있지만 확실한 것은 상상으로 계획 중"이라고 했다. 청송군은 이번 발명 캠프를 시작으로 '대한민국 발명 축제', '세계 발명 캠프 축제'를 만들 꿈을 품고 있다. 발명에 뜻이 있는 사람이라면 나이와 연령, 국적에 상관없이 받아들이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청송군은 부동면 주왕산광광단지 일대를 현재 시범사업지역으로 선정했다. 총 면적 13만2천㎡ 부지 중 첫 사업으로 기초 건물이 들어설 1만6천500㎡ 부지를 정한 상태다. 한동수 청송 군수는 "청송에 주왕산, 주산지, 청송 사과 등 관광자원이 있지만 청송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 필요하다"며 "장난끼 공화국을 통해 청송을 사람과 기발한 기운이 모이는 곳, 세계 유일무이의 관광명소로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상상나라국가연합도 날개 펼까

상상나라국가연합에 참여한 9개 지자체들도 각양각색의 아이디어를 품고 있다. 서울 광진구는 '동화나라 공화국'을 만든다. 서울동화축제를 지속적으로 운영하면서 중앙청사를 10월 중 개소할 예정이다. 의료관광의 중심인 강남구(아름다운 공화국)는 거울 달기 캠페인을 펼쳐 아름다운 도시와 사람이 공존하는 공간을 만들 계획이다. 경기도 양평군(쉬쉬놀놀 공화국)은 물 좋고 공기 좋은 양평에서 아무 것도 하지 말고 그냥 쉬기만 하라는 의미에서 거리의 100m 구간마다 쉼터와 놀이터를 설치한다. 강원도 양구군(소한민국)은 거대한 짚 와이어로 강을 건너고 이동 중에 하늘에서 대한민국 모양의 조성 습지를 한 눈에 담아 보는 행사를 계획 중이다.

상상나라국가연합 회원국은 조직의 내실을 위해 사무국을 설치하고 지역사회 공유를 위한 상상나라 주식회사를 설립할 예정이다. 각 지자체별로 연대를 맺고 공동 마케팅과 브랜드 개발에 주력해 관광 개념을 다변화해 새로운 트렌드의 관광을 펼칠 계획이다. 상상나라국가연합과 유사한 사례는 일본에 있다. 1990년대 말부터 기후현에 흐르는 기소강(江) 주변의 5개 지역은 '일본 라인공화국'이라는 국가 체제를 구축하고 공동사업을 펼친 바 있다. 강우현 남이섬 대표는 "청송을 출발점으로 상상나라 연합국을 마련해 재미있고 새로운 테마관광을 만들 계획"이라며 "청송은 청정 자연을 그대로 활용해 나중에는 청정 공기까지 팔 수 있을 만큼 무궁무진한 관광자원의 보고"라고 말했다.

전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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