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의혹만 키우는 경찰…메모·CCTV 보도하면 공개, "축소에만 급급" 비난 일어

22년전 탈주전력 아예 몰라

경찰이 대구 동부경찰서 유치장을 탈주한 최갑복(51) 씨 사건을 축소하고 은폐하는 데 급급해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경찰은 최 씨의 탈주 장면이 녹화된 유치장 내 CCTV 영상 공개를 거부해 오다 부분 공개를 결정한 데 이어 탈주 직전 작성한 동부경찰서장에게 보내는 메모도 공개 요청이 쇄도하자 공개했기 때문이다.

경찰에 따르면 이달 17일 최 씨가 탈주한 직후 유치장에서 동부경찰서장 앞으로 보낸 편지 형식의 쪽지가 발견됐다.

최 씨가 경찰서장에게 보낸 편지는 '구속적부심 청구서'에 작성됐으며, 유치장을 탈주하기 직전에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탈주 동기를 밝힌 메모를 뒤늦게 공개한 것은 최 씨가 유치장을 탈주한 뒤 탈주 동기가 밝혀지면 사건이 일파만파로 커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에 앞서 경찰은 최 씨 탈주 장면이 담긴 CCTV 영상 내용을 구두로 전해주는 것은 물론 잦은 말 바꾸기로 의혹만 키우고 있다.

경찰은 최 씨의 도주 장면이 담긴 CCTV 영상을 공개하지 않았다. 뒤늦게 언론의 비판을 받자 CCTV에 찍힌 최 씨의 탈주 경위를 구두로 설명했고, 최 씨가 유치장에서 달아난 뒤 하루가 지난 18일 오후 탈주 직후의 CCTV 화면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이처럼 최 씨가 달아나던 모습이 찍힌 동부고교 앞 CCTV의 경우도 언론이 입수해 보도한 뒤 뒤늦게 공개하는 등 사건 은폐에만 급급했다.

또 22년 전에도 탈주한 전력이 있다는 사실(본지 21일자 1면 보도)을 경찰은 몰랐던 것으로 드러났다. 22년 전 최 씨는 경찰의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호송버스 쇠창살 틈 20㎝를 통과해 달아났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이 최 씨의 탈주 전력을 미리 알았다면 유치장 근무자들이 졸거나 유치인 수를 확인하지 않는 등 실수를 저지르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최 씨가 남긴 것은 편지가 아니라 단순한 메모"라면서 "메모가 CCTV와 함께 수사에 필요했기 때문에 미리 공개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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