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기술을 배울 경우 반드시 거쳐야 하는 단계가 있다. 먼저 이론을 습득하고 둘째는 실습이다. 우리말 글쓰기에도 올바른 맞춤법을 먼저 알고 이를 실천해야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교열단상을 게재하는 목적도 글쓰기에서의 오류를 미리 방지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여전히 구별을 못하는 단어가 눈에 띄는데 그중 하나가 '띄다'와 '띠다', '띄우다'가 아닐까 싶다.
"칠불암에서 오른쪽 가파른 암벽을 타고 올라가면 또 하나의 숨은 보물이 수줍은 미소를 띄고 참배객을 맞는다." "대구 부동산 시장이 2008년 이후 입주 물량이 급감한데다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되면서 분양시장은 활기를 띠고 있지만, 경기침체로 소비자들이 위축되면서 거래는 줄고 있다." "상대적으로 낙후됐던 서구에 서대구공단 근대화 사업과 함께 서구 일대 재개발 재건축 사업이 활기를 뛰면서 서구가 신베드타운으로 급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예시된 문장에 나오는 '미소를 띄고'와 '활기를 뛰면서'는 잘못된 표기이다.
'띄다'는 감았던 눈을 벌리다, 처음으로 청각을 느끼다라는 뜻을 지닌 '뜨다'의 피동사인 '뜨이다'의 준말이다. 또한 눈에 보이다, 남보다 훨씬 두드러지다라는 의미를 가진 '뜨이다'의 준말이기도 하다. "눈에 번쩍 띄는 소식이다." "요즘 들어 형의 행동이 눈에 띄게 달라졌다."로 쓰인다.
'띠다'는 감정이나 기운 따위를 나타내다, 용무나 직책 따위를 지니다, 빛깔이나 색채 따위를 가지다라는 의미를 가진 단어로서 "우리는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 "관악산은 이미 그늘져 침침한 회청색을 띠고 있었다." "눈물 어린 눈에 미소를 띠고 태공은 이렇게 한숨을 쉬었다."로 활용한다.
'띄우다'는 가라앉지 않고 물 표면에 있다, 간격이 벌어지다의 뜻을 지닌 '뜨다'의 사동사, 편지나 소포 따위를 부치거나 전하여 줄 사람을 보내다의 의미로 "강물 위에 배를 띄우다." "급하면 우리 집에 전보를 띄워라." "선수들은 10분씩 사이를 띄우고 출발한다."로 쓰인다. '띄워라'와 '띄어라'를 헷갈려 하는데 "책상 사이를 띄워라." "책상 사이를 띄어라."와 같이 둘 다 맞는 표기이다. '띄다'는 '띄우다'의 준말인데 간격이 벌어지다라는 '뜨다'의 사동형인 '띄우다'의 준말이 '띄다'이기 때문이다.
노자의 도덕경에는 '음성상화'(音聲相和)라는 말이 나온다. 음은 내는 소리, 성은 듣는 소리로 서로 떼어 놓을 수 없이 조화를 이룬다는 말이다. 이와 같이 먼저 나에게서 나가는 소리가 온전해야 듣는 소리도 온전해진다. 뿌린 대로 거두고, 주는 대로 받는다고 했다. 선의(善意)는 좋은 열매를 맺지만 상대방에게 악담이나 저주를 했을 때에는 그것이 그대로 자기에게 돌아온다. 밝은 마음을 가진 이에게서 미소 띤 모습이 나옴도 이와 같지 않을까.
교정부장 sbh12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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