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찰서 주변 11시간 있었는데…헛심 쓴 수색

유치장 탈주범 최갑복 엿새 만에 검거

탈주 6일만인 22일 경남 밀양시에서 붙잡힌 최갑복(50)씨가 이날 오후 동부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탈주 6일만인 22일 경남 밀양시에서 붙잡힌 최갑복(50)씨가 이날 오후 동부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도대체 어디를 수색했다는 말인가.'

최갑복(51) 씨는 탈옥한 직후 11시간 동안 대구 동구, 그것도 대구 동부경찰서 주변을 맴돌았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경찰의 '검문 능력'이 도마에 올랐다. 특히 최 씨는 경찰의 포위망을 뚫고 하루 만에 밀양까지 이동했던 것으로 확인돼 경찰의 초동 대처가 허술했다는 여론이 비등하고 있다. 결국 시민들의 결정적인 신고가 없었다면 경찰은 속수무책이었다는 것이다.

탈옥한 최 씨를 밀양에서 검거해 대구 동부경찰서로 압송한 뒤 대구경찰청 수사본부는 23일 "최 씨가 청도에 지인이 있어 만나러 갔다가 갑자기 경찰이 보여 놀랐고 그 때부터 차를 버리고 산으로 도망쳤다"고 밝혔다. 또 "최 씨가 청도 산에서 하룻밤을 잔 뒤 다음 날 몇 개의 산을 타고 밀양으로 이동했다"고 말했다.

최 씨는 17일 새벽 경찰서를 벗어난 뒤 이날 오후 4시쯤 대구 동구에서 쏘나타 승용차를 훔쳤고 이 차를 타고 오후 10시 10분쯤 청도IC를 거쳐 청도의 한 편의점에 이르렀다. 경찰의 고속도로 검문은 없었다. 허술한 포위망이라는 비난이 들끓는 이유다.

특히 경찰은 "최 씨가 17일 새벽 유치장에서 빠져나온 뒤 방향 감각이 없어 대구 동구 일대를 뱅뱅 돌다가 다시 동부경찰서와 마주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초동 대처의 시작부터 끝까지 허점투성이였던 것으로 드러난 셈이다.

이뿐만 아니다. 경찰이 청도 남산과 화악산에 있을 것으로 강하게 추정된다던 18일 최 씨는 경찰의 포위망을 뚫고 경남 밀양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최 씨는 17일 오후 11시쯤 청도군 청도읍 한재 인근에서 검문 중이던 경찰을 본 후 타고 있던 쏘나타 승용차를 버리고 달아났다. 만 하루가 되기 전 밀양으로 잠입한 것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경찰은 17일 밤부터 22일까지 청도지역에 1천 명에 가까운 경찰력을 투입해 엉뚱한 곳만 수색했다.

최 씨는 22일 경찰에 체포되기 전, 20일에 이미 경남 밀양에서 목격됐다. 시외버스를 타고 가던 최 씨를 군인들이 발견해 버스 기사에게 알리고 파출소로 가자고 했지만 이를 눈치 챈 최 씨가 버스에서 내려 달아났던 것이다.

22일 최 씨가 검거될 때도 시민들의 제보가 결정적이었다. 이 때문에 온라인 사이트 등에서는 경찰을 비난하는 내용으로 도배되다시피 하고 있다. 한 누리꾼은 "지금껏 최 씨의 탈옥 이후 경찰이 한 것이라고는 엉뚱한 곳 수색, 신고받고도 놓치기 정도가 전부"라고 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최 씨를 체포한 게 그나마 올린 공"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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