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24일 5'16과 10월 유신, 인혁당 사건 등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의 과거사에 대한 입장을 밝힌 것은 대선 고지의 가장 큰 변수로 과거사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더 이상 이 문제에 대한 과거 입장을 고수했다가는 '국민행복'이라는 슬로건 아래 내놓은 각종 민생 정책들이 먹혀들지 않을 정도로 민심이 심상치 않다는 위기의식이 고조됐다는 것이다.
특히 안철수 서울대 교수가 출마선언을 한 뒤로 각종 여론조사에서의 박 후보 지지율이 하락하는 등 반전의 계기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과거사 문제에 발목을 잡혀서는 안 된다는 위기의식을 박 후보 스스로도 인식했다는 반증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박 후보의 과거사 입장 재정리 및 공식사과가 당장의 추석 민심과 향후 대선구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되고 있다.
그동안 과거사 문제는 박 후보의 대선 가도에서 최대 걸림돌로 작용해 온 게 사실이다.
대선 후보 확정 이후 40%를 웃돌면서 공고해 보이던 지지율은 10일 '인혁당 두 개의 판결' 발언 논란을 시작으로 제동이 걸리기 시작한 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의 '컨벤션효과'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의 '출마선언 효과'까지 겹치면서 급기야 각종 여론조사 양자 가상대결에서 두 사람에게 역전을 허용했다.
대선구도 변화에 위기감을 느낀 박 후보 캠프의 참모들은 박 후보 본인이 과거사 문제를 조속히 정리하고 이에 걸맞은 과감한 대통합 행보를 보여줘야 한다는 주장을 해 왔다.
하지만 '아버지'에 대한 부분에 있어서만큼 그동안 박 후보는 요지부동이었다.
하지만 측근들은 이번 추석 연휴(29일∼10월 1일)가 대선판의 초반 판세를 가른다고 보고 여러 채널을 통해 '추석 전 정리'를 전방위로 주문했고 박 후보가 전격적으로 이를 받아들였다.
한편 박 후보는 이날 과거사에 대한 전향적인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에서 작심한 듯 비장한 표정으로 "오늘 이 자리에는 아버지의 딸이 아니라 새누리당의 대통령 후보로서 과거사와 관련 말씀을 드리려고 이 자리에 섰다"고 강조했다.
감성적인 표현을 사용, 과거사에 대한 입장을 전향적으로 바꿨음을 시사한 것이다.
이어 "우리나라에서 자녀가 부모를 평가한다는 것과 공개적으로 (부모의) 과오를 지적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다는 것을 잘 알 것"이라는 표현을 통해 자신의 아킬레스건처럼 여겨지던 아버지의 과오를 인정하고 공식적으로 사과하게 되기까지 얼마나 힘들었는지를 밝히기도 했다.
박 후보는 또 "5'16 이후 아버지께서는 다시는 나와 같은 불행한 군인이 없어야 한다고 말했고 유신시대에는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고까지 말씀하셨다"는 말을 소개하면서 "아버지께서는 후일 비난과 비판을 받을 것을 알았지만 반드시 국민을 잘살게 하겠다는 고뇌가 진심이었다는 것을 (국민 여러분께서도) 잘 알고 있다"며 박 전 대통령의 진정성을 호소하기도 했다.
박 후보의 이 같은 이중적인 언급은 아버지의 딸로서 박정희 시대의 과오에 대해 인정하는 것이 얼마나 힘들었는지를 보여주는 심경의 일단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가 1960, 70년대에 대해 설명하면서 "그때는 보릿고개라는 절대빈곤과 북한의 무력위협에 고통을 받아야 했으며 아버지한테는 무엇보다도 경제발전과 국가안보가 가장 시급한 국가 목표였다"고 옹호한 대목도 그와 같은 맥락이다.
반면 박 후보가 "정치에서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 없다는 것은 과거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래야 할 민주주의의 원칙"이라고 천명한 부분은 주목할만하다.
박 후보의 기자회견이 박 후보의 추석을 앞두고 지지율 반등의 계기가 될지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다만 정치권에서는 이번 과거사 입장 정리가 박 후보의 지지율 하락세를 멈추게 하는 효과는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정희 시대에 대한 박 후보의 전향적인 입장 표명이 추석 차례상에 어떻게 반영될지 주목받고 있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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