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대구 동부경찰서 유치장 탈주범 최갑복(51) 씨를 붙잡은 뒤 최 씨와 언론의 접촉을 막고 있어 '짜맞추기 수사' 의혹이 커지고 있다. 경찰은 지금껏 최 씨가 유치장에서 탈주하는 모습이 담긴 유치장 CCTV 완전 공개를 한사코 거부하는 것은 물론 최 씨가 '억울하다'며 호소하고 있음에도 언론과 이야기할 기회를 아예 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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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경찰은 최 씨를 경남 밀양에서 검거해 대구 동부경찰서로 압송한 직후 취재진에게 15초 남짓 공개했고 23일에도 유치장 입감 과정에서 역시나 비슷한 시간만 허용해 최 씨의 행적을 감추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혹여 최 씨의 행적을 공개할 경우 경찰의 엉터리 근무 방식과 수사가 밝혀질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란 지적이 나오는 실정이다.
경찰이 최 씨를 밀양에서 체포한 이후 보인 대처 방식은 석연치 않은 부분이 적지 않다. 우선 최 씨를 데려온 22일 오후 6시 10분 경찰은 압송 차량에서 최 씨를 내리게 한 뒤 취재진이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세웠다. 직후 취재진은 최 씨에게 유치장 탈주 경위와 배식구 탈주 여부를 물었고 최 씨는 "억울함을 벗기 위해 달아났다"고 답했다. 이것이 전부였다. 억울함을 벗기 위해 형량이 늘어난다는 것도 감수하고 탈주를 했는데 경찰은 최 씨의 발언을 차단해버렸다.
이후 6시 20분쯤 시작된 원창학 수사본부장의 브리핑에서 원 본부장은 간단한 검거 경위만을 설명한 뒤 "자세한 내용은 추후 조사가 완료되는 대로 발표하겠다"며 20분 만에 마무리 지었다. 기자들이 밀양으로 도주한 경위와 압송되는 차 안에서 조사가 이뤄졌는지 여부 등을 캐물었지만 "추후 발표하겠다"는 말만 반복했다.
이튿날인 23일 대구 동부경찰서 진술녹화실에서 유치장으로 입감하는 장면을 공개했을 때도 경찰은 최 씨 숨기기에 급급했다. 오후 3시쯤 경찰이 진술녹화실에서 최 씨를 데려온 뒤 동부경찰서 1층 로비에 수갑을 찬 최 씨를 촬영하도록 해준 게 전부였다.
기자들이 밀양으로 어떻게 갔는지 여부를 물었지만 경찰은 다시 최 씨를 데리고 유치장으로 들어가버렸다. 최 씨가 유치장으로 들어가면서 "난 억울하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 말할 기회를 달라"며 취재진을 바라보며 소리쳤지만 경찰은 들어주지 않았다. 경찰은 당초 2분 정도 공개하겠다고 취재진들에게 약속했지만 공개는 15초만에 끝났다.
한편 대구경찰청 수사본부는 24일 오전 최 씨의 도주 과정 등에 대한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경찰은 이날 "최 씨는 이달 14일 영장실질심사 시 법원으로부터 받은 '구속적부심사청구서 용지'를 보관하고 있었다"면서 "도주 전날인 16일 유치장 안에서 '담당형사, 유치장 근무자, 경찰관들이 보라'는 내용의 메모를 작성하고 도주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이어 최 씨는 17일 유치장을 탈주한 뒤 차량을 훔쳐 동대구IC를 통해 청도IC로 나왔으며, 20일 밀양 부근에서 택시를 타고 시외버스터미널로 간 뒤 다시 창원행 버스를 타고 가다 밀양에서 내린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경찰은 최 씨의 유치장 배식구를 통한 탈주 여부 조사와 18, 19일 이틀간 행적 등에 대한 언급이 없어 '알맹이 없는 수사 결과 발표'라는 지적을 받았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이화섭기자 lhssk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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