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질문은 돌려주고 싶네!'
21일 (사)국채보상운동기념사업회에서 주최한 나눔과 책임 콘서트 주제 강연을 위해 대구를 방문한 한국의 대문호 고은(79) 시인과의 저녁식사를 겸한 짧은 인터뷰는 있는 그대로의 생생함 그 자체였다. 기자는 고은 시인의 날카롭고 괄괄한 입담에 한 수를 접을 수밖에 없었다.
'대구와의 인연'을 묻는 질문에 그는 "지금껏 (팔십 평생을) 살아오며 내가 발길 닿지 않은 곳이 어디있겠나? 당연이 대구에도 숱한 인연과 추억이 있지 않겠나? 그런 질문을 도로 돌려주고 싶네"라고 답해 기자를 머쓱하게 만들었다. 이어 '노벨문학상 수상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선 대폭발이 일었다. "누가 내 시를 제대로 알고 읽어본 적이 있는가? 그저 많은 이들이 '노벨상' '노벨상' 노래를 부르며, 절 괴롭히는데 그런 질문하지 말고, 그저 내 시나 한 편 제대로 읽어보세요." 고은 시인의 핏대에 깜짝 놀랐고, 그저 일반적인 우문(愚問)을 던져, 대시인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 것이 미안했다.
웬만한 질문은 우문이 되어 돌아왔다. '건강관리 비법'에 관한 물음에는, "건강에 신경 안 쓰는 것이 건강 비법이지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건강에 대해 너무 강박에 휩싸여 있는 것 같아요. 그저 마음 편하게 살며, 조금 아픈 곳이 있으면 아픈대로 지내면 되죠. 건강에 특별히 신경 안 쓰고 사니 다행이죠"라고 답했다. 고은 시인은 담배는 1979년 이후 끊었고, 술은 아직도 한 잔씩 반주를 겸해서 마시고 있다.
'이번 강연의 포인트'를 묻자, "대구는 국채보상운동이 일어난 발상지인데, 나누는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리려 한다. 혼자서 하면 외로운 일들이 둘 이상이 합하면 합심이 일고, 주변에 좋은 에너지를 전파시킨다. 하나보다 둘이 같이 나눌 때 얼마나 좋은지 알려주고 싶다"고 했다. 고은 시인의 이번 '나누는 삶' 강의은 나눔과 책임 콘서트의 첫 번째 강연 신영복 교수의 '아름다운 동행'에 이은 두 번째다.
그는 마지막으로 "실패의 연속을 통해 지혜를 깨닫게 된다. 삶의 고뇌를 통해서 터득하는 깨달음이 얼마나 큰 지 알아야 한다. 살아가야 할 이유 중 하나가 삶의 고뇌인 이유다. 그냥 치열하게 살아보라. 비바람'폭풍우가 몰아쳐도 나무가 열매를 맺듯, 한 사람의 인생에도 열매가 열리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고은(高銀, 본명 고은태) 시인은 전북 옥구 태생으로 대한민국의 대표적 참여시인이다. 어떤 교육기관에도 적을 두지 않았으며, 1952년 입산하여 '일초'(一超)라는 법명을 받고 불교 승려가 되었다. 이후 10년간 참선과 방랑을 거듭하며 시를 쓰기 시작했다. 1958년 조지훈의 추천으로 '현대문학'에 '폐결핵'을 발표하며 등단했으며, 노벨문학상 후보로 자주 거론되는 이유는 그의 시들이 전 세계 20여 개국에 번역되어 많은 영감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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