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박해숙(가명'45'여) 씨는 이혼한 뒤 20여 년간을 혼자 살았다. 음식점을 개업하면서 살고 있던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을 받았다. 처음엔 손님이 많았지만 계속된 경기 불황 탓에 수입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음식점 문을 닫았고 박 씨가 대출금을 갚지 못하자 집은 경매로 넘어갔다. 갑상선과 뇌혈관 질환, 스트레스로 건강상태가 좋지 않았다. 가족이 있었지만 연락은 뜸했다. 박 씨가 세상을 떠났지만 아무도 몰랐다. 경매 입찰을 위해 박 씨의 집을 방문한 경매사가 뒤늦게 시신을 발견했다. 박 씨가 숨진 지 한 달 정도 지난 뒤였다.
#2. 오병철(가명'54) 씨는 5년 전부터 가족과 떨어져 살기 시작했다. 음주 후 집에서 행패를 부리고 사업 실패로 신용불량자가 되자 부인은 오 씨에게 따로 살자고 제안했다. 혼자가 된 그는 음주가 더 잦아졌고 건강이 악화돼 1년 뒤 간경화로 입원하기도 했다. 간경화와 알코올 질환을 앓던 그는 폐지를 주워 생계를 꾸렸다. 25만원의 월세를 내고 원룸에 살았지만 이웃은 없었다. 오 씨의 방에서 이상한 냄새가 난다고 하는 원룸 입주민들의 항의가 계속되자 집주인이 열쇠수리공을 불러 방에 들어갔다. 화장실에서 발견된 오 씨는 숨진 지 열흘 정도 지난 상태였다.
◆'나 홀로 가구' 급증
가족과 이웃 없이 홀로 사는 사람이 급증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0년 전국 1천757만4천69가구 가운데 1인 가구는 414만2천165가구로 전체 가구의 23.6%를 차지했다. 1인 가구는 전체 가구에서 2000년 15.5%, 2005년 19.8%를 차지하는 등 점차 늘어나고 있다.
대구경북도 2003년 상반기 가구당 인구수가 3.02명이던 것이 지난해 하반기에는 2.69명으로 급격히 줄었다. 또 2010년 기준 1인 가구의 비율은 대구 22.2%, 경북은 28.6%를 기록하는 등 4가구 중 1가구는 '나 홀로 가구'인 셈이다.
1인 가구 가운데 학업이나 직업 때문에 혼자 사는 청년층과 부양의무자나 배우자가 없는 홀몸노인도 있지만 이혼이나 별거 등 가족 간 불화, 경제적 이유로 혼자 사는 장년층도 늘어나고 있다.
대구경북에서 만 45~64세 1인 가구는 2010년 6만924명으로 1인 가구 가운데 31.7%이다. 2005년 27.7%, 2000년 24.9%에 비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고독사(孤獨死) 대책 없나
장년층 1인 가구는 갈수록 늘어나지만 이들은 근로능력이나 부양의무자가 있다는 이유로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없다. 홀몸노인은 복지제도의 틀에서 그나마 보호를 받을 수 있지만 '복지소외계층'은 대책은커녕 현황 파악조차 어렵기 때문이다.
1인 가구 중에서도 가족이나 친지와 연락을 자주 하거나 일정한 직업이 있는 사람들은 외부와 정기적으로 접촉하기 때문에 건강 등 신변에 이상이 생겼을 때에도 문제 해결이 쉽거나 주변에서 일찍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지인과 연락이 뜸하거나 임시직 근로자의 경우 숨진 지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한 달 이상이 지나서야 발견된다. 결국 이들을 보호하거나 관리하는 사회안전망의 부재가 고립사 및 고독사를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복지정책 전문가들은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월성종합사회복지관 관계자는 "복지 소외 계층을 찾아내기 위해 '좋은 이웃들'이라는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지만 모든 소외 계층을 파악하기 어렵다"며 "소외된 1인 가구 현황을 파악, 보호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경북대 김영화 교수(사회복지학과)는 "전통적인 의미의 가족 구조가 바뀌면서 1인 가구도 가족의 범주에 포함시켜야 한다"면서 "경제적, 사회적으로 불안정한 1인 가구에 대한 복지 혜택을 위한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지현기자 everyda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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