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준공 6년 포항시청사 벌써부터 민원 쇄도?

7억 들인 주차장 통제 시스템, 일부 가동도 못해보고 폐기

호화 청사 비판에 시달리면서도 잘못된 설계로 인해 민원인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포항시청.
호화 청사 비판에 시달리면서도 잘못된 설계로 인해 민원인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포항시청.

900억원 가까이 들인 포항시 청사. '호화청사'라는 결코 자랑스럽지 않은 별명을 가진 6년된 건물이지만 벌써부터 곳곳에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비만 오면 물이 차는 지하주차장, 미로와 같은 내부 구조에 장애인들이 이용할 수 없는 편의시설, 수억원을 들였지만 폐기처분된 주차시스템 등 설계 단계부터 시민에 대한 배려와 꼼꼼함이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든다.

◆위풍당당 호화 청사

2007년 3월 포항시는 북구 덕수동에서 지금의 남구 이동으로 청사를 옮겼다. 이때만 해도 이 청사가 포항의 상징적인 건물로 우뚝 설 것이라고 믿은 이가 적지 않았다. 새 청사는 총 895억원을 들여 5만3천758㎡ 부지에 지하 3층, 지상 14층, 연면적 5만4천160㎡(시청'시의회'주차장 등 부대시설 포함)의 규모를 자랑한다. 당시 포항시가 밝힌 이전 이유는 "기존 청사가 60여 년 동안 사용된 만큼 시설이 너무 낡았고 규모도 작아 이전이 시급하다"는 것이었다. 옛 청사는 인구 5만 명 시대인 1946년부터 사용됐으며, 부지 8천200여㎡(2천500여 평) 정도로 협소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새 청사는 지어진 지 2년여 만에 공식적으로 '호화 과대 청사'란 불명예를 안게 됐다. 2010년 8월 행안부 조사 결과 공유재산물품관리법 시행령을 크게 초과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관련법에 따르면 인구 50만~70만 명 도시의 청사는 기준면적이 1만9천98㎡(주차장'기계실 등 부대시설 제외)에 한정되지만 포항시 청사는 실제 사용 면적 3만7천6㎡ 중 주차장 부지를 뺀 사무실 면적이 2만8천900㎡로 전체의 29%인 8천500㎡가 초과됐다. 또 관련 법상 기준면적 4천713㎡의 시의회 건물은 현재 7천296㎡(부대시설 포함 전체면적 8천488㎡)로 초과면적이 35%인 2천583㎡나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때문에 포항시는 과대 청사로 분류돼 2009년부터 지금까지 교부세 불이익을 적용받고 있는 실정이다.

◆허점 투성이 주차장

이미 호화 청사로 낙인 찍힌 포항시청이지만, 청사 운영에 대한 낭비 논란이 적지 않다. 이 중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이 바로 청사 주차장 유료화 시스템. 특히 포항시는 이미 수억원을 들여 도입했던 주차 유료화 시스템을 사용 한 번 해보지 않고 교체해 시민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포항시는 새 청사 개청에 앞서 2006년 말쯤 총 7억3천500여만원의 예산으로 중앙제어장치, 출입차단기 6개(1개당 3천800만원), 무인정산요금기 7개(1개당 3천200만원), 차량감시용 CCTV 28대(1대당 435만원) 등 주차관제시스템을 설치했다. 문제는 이들 시스템 중 일부가 사용조차 안 한 상태에서 올해 초 전면 교체됐다는 점이다. 시는 올 4월 기존 주차 시스템 중 무인정산요금기와 출입차단기를 모두 폐기하고 3억5천여만원을 들여 새로운 기기를 설치했다. 더욱이 새로 교체한 기기조차 자주 카드 인식 오류를 일으키거나 동전 사용이 잘 안되는 등 불편이 커 꾸준한 민원이 발생하고 있다. 포항시 관계자는 "이전 당시부터 주차장 유료화를 검토했으나 주변에 주차 공간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주민들의 민원을 존중해 사용을 하지 않고 있었다. 그 이후 주차장이 항상 만원이 되는 등 민원인들의 불편이 가중돼 다시 유료화를 시행하기로 했으나 5만원 신권이 나오고 교통카드 등의 사용이 빈번해지면서 시스템 개량을 위해 교체할 수밖에 없었다"며 "아직 초기 단계로 시행착오가 있을 수 있지만 차차 개선해 가겠다"고 설명했다.

여기에다 비만 내리면 물이 흥건히 고이는 지하 주차장도 지탄의 대상이다. 주차장으로 사용되고 있는 시청 2개 지하층은 환기를 위해 외부 개방형으로 설계된 까닭에 빗물이 그대로 흘러들어 오는 구조다. 반면 배수구는 주차장 둘레를 감싸는 형태라 비가 내리면 어김없이 중앙 부분부터 침수가 일어난다. 비가 오면 주차장 관리를 맡은 시설관리공단 직원들이 빗물을 수작업으로 일일이 밀어내고 있다.

◆미로 같은 구조에 장애인 배려도 없어

지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5층이나 6층에 있는 과'실 사무실로 가려면 여러 번 시행착오를 거듭해야 한다. 엘리베이터나 출입구를 찾기도 어렵고 길을 잘못 잡으면 통로를 한두 차례 돌아가기 예사다. 미로를 방불케하는 내부 구조여서 첫 방문객은 청사 내부에서 길을 묻지 않으면 안될 정도다.

이곳 근무 공무원과 기관 직원들의 불만도 높다. 한 공무원은 "우리도 처음에 다른 사무실을 찾아가기 어려웠는데 민원인들은 오죽 하겠느냐"며 "유리로 된 청사 외벽이 멋있어 보일지 모르지만, 여름철만 되면 청사 내 온도가 너무 높아 모두 찜통더위로 생고생을 하고 있다"고 했다.

장애인, 노약자 등이 이용하기에는 너무나 불편한 곳이다. 장애인들이 엘리베이터를 타려면 너무나 어렵다. 엘리베이터 입구 폭이 1~1.2m 정도라 90cm 넓이의 휠체어를 몰고 들어가기가 어려운 탓이다. 게다가 각 층을 안내하는 표지판에 점자 표시가 없으며, 안내 데스크 또한 3층에 설치돼 시각장애인들은 아예 혼자 돌아다니기 불가능한 상태다. 안내 데스크와 가까운 2층에 연결된 주차장이 따로 있고 장애인 주차 공간 4기도 준비돼 있지만 관용 차량 전용 주차장이라 정작 일반 장애인은 이용할 수 없다. 그런데도 포항시는 이 주차 공간을 장애인 주차 공간 설치 의무 비율(20대당 1대)에 포함시켜 일반 주차장의 설치 비율을 줄였다.

장애인단체 관계자는 "급한 민원이 있어도 장애인 혼자서는 청사에 들어갈 엄두를 못낸다. 이동은 물론이고 화장실 등 편의시설을 이용할 때도 꼭 동반자가 있어야 할 정도로 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며 "청사가 겉으로 아무리 화려해 보여도 정작 시민들은 이용하기 불편해 예산 낭비의 전형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포항'신동우기자 sdw@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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