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생체회' 법적 규정에도 없는 5억원, 그나마도 어디에 쓰는지…

[브레이크 없는 대구생체회] <상>애매모호한 사업비 지원

대구시가 시생활체육회(이하 시생체회)에 명확한 규정도 없는 운영비를 수십 년간 지원하면서 감사는 '수박 겉핥기'에 그치고 있다. 시생체회는 전체 사업비의 3분의 1 이상을 직원 급여 등 운영비로 사용한다. 반면 8개 구'군생체회는 운영비 부족으로 허덕대고 있다.

◆모호한 지원 규정, 운영비 지원 '펑펑'

시생체회는 일상생활에서 시민들의 스포츠 활동을 돕는 단체다. 대구시는 올해 '생활체육 보조사업'을 위해 시생체회에 15억8천600여만원(국민체육진흥기금 1억7천800여만원 포함)의 예산을 지원했다. 이 단체는 올해 시에서 받은 예산으로 '청소년체련교실' '어르신생활체육대회' '대구시민생활체육대축전' 등 모두 19개 사업을 이미 실시했거나 개최할 예정이다.

19개 사업비 중 가장 큰 비중은 운영비. 전체 사업비의 3분의 1 규모로 올해는 5억8천900여만원이다. 이 돈은 순수하게 시생체회 임직원 9명의 급여와 공공요금, 비품 구입 등 사무실 운영에 사용된다.(표 1)

하지만 시생체회에 대한 대구시의 지원은 근거가 불분명하다. 시생체회는 사단법인 국민생활체육회의 회원사로 일반 민간단체다. 물론 국민체육진흥법에 따라 지자체 보조를 받는 것은 가능하다. 국민체육진흥법에 따라 경비나 연구비 일부를 보조받을 수 있기 때문.

시는 이를 근거로 1991년부터 이 단체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하지만 운영비 지급에 대한 규정은 없다. '대구시 체육진흥조례'에도 '생활체육 관련 단체가 추진하는 사업에 필요한 경비를 지원할 수 있다'는 조항만 있을 뿐이다.

대구시새마을회나 한국자유총연맹 대구시지부 등 15개 법정지원단체는 별도의 육성법에 근거해 인건비를 포함한 운영비 지원이 가능하다. 하지만 대구소비자연맹이나 전국주부교실 대구지부 등 별도의 근거 법이 없는 일반 민간단체는 사업비 지원만 가능할 뿐 운영비 지원은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일반 민간단체인 시생체회에 운영비를 지급할 법적 규정이 없는 것. 그럼에도 시생체회 운영비 지원은 해가 갈수록 늘고 있다.(그래프 1)

◆감시 기능 거의 없어

22년째 민간단체에 막대한 세금이 지원되고 있지만 시생체회를 대상으로 한 집중 감사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필수 감사 대상'이 아닌 '선택적 감사 대상'인데다, 감사 우선순위에서도 수십억원씩 시 예산이 투입된 대구테크노파크나 엑스코 등 다른 단체에 밀린다는 이유 때문.

2010년 10월 시생체회는 대구시 감사관실로부터 '민간단체 보조금 집행실태 특별 감사'를 받았다. 감사 인력 8명이 8일간 1억원 이상 보조금이 지원된 개별 사업을 대상으로 벌이는 감사에 포함된 것. 하지만 1억원 이상 보조금 집행 사업은 무려 66개나 돼 애당초 실효성을 갖기 어려웠다는 지적이다. 관리'감독 부서인 체육진흥과는 매년 자체 감사를 한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예산 사용 내역을 확인하는 정도.

◆구'군 생체회 살림살이는 '가난'

그렇다면 시생체회 운영비 중 인건비로 지출되는 돈은 모두 얼마나 될까. 시생체회는 올해 시 보조금 15억8천600여만원에 자체 운영비 7천여만원을 더해 모두 16억5천900여만원으로 살림을 꾸려가고 있다. 정규직원 9명의 기본급과 복리후생비 등 인건비에만 4억4천여만원이 책정돼 있다. 임기 4년인 사무처장의 연봉은 7천여 만원에 달한다.

하지만 8개 구'군 생체회의 경우, 임시직인 사무국장 한 명만 있을 뿐 상근 직원은 전혀 없다. 아울러 시 사무처장과 구'군 사무국장 사이의 임금 격차는 상당히 크다. 8개 구'군 사무국장 연봉은 가장 낮은 곳이 2천700여만원, 가장 높은 곳이 4천700여만원으로 평균치는 3천503만원이다.

시생체회의 넉넉한 살림살이와 달리 구'군 생체회는 열악한 재정과 운영비로 허덕인다고 털어놓았다. A구 생활체육회의 경우 대구시와 구청, 시생체회로부터 약간의 운영비를 지원받지만 사실상 사무국장 인건비를 빼면 남는 돈이 없다.

사무실 운영과 실질적인 살림살이 비용은 구청에서 준 사회단체보조금 중 사업비를 빼고 남은 800여만원이다. 1년 살림을 꾸려가기에는 빠듯한 금액. 익명을 요청한 A구 생활체육회 사무국장은 "각 사업에는 강사 수당 얼마, 현수막 제작비 얼마 등으로 예산 항목이 정확하게 정해져 있어 이 목적 외에 따로 빼서 쓸 수 없다. 여름철 행사 때 노인들에게 음료수 한 병씩 돌리고 싶어도 운영비가 넉넉지 않아서 못한다"고 털어놨다. B구의 한 사무국장은 "지난해 구'군 생활체육회가 시생체회 측에 대구시 보조금 중 일부를 구'군에 지원해달라는 의견을 전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다.

현장에서 뛰는 생활체육 지도자들의 임금도 제자리걸음이다. 탁구와 수영 등 주민들의 체육 활동을 돕는 생활체육 지도자들은 1년 계약직이다. 매년 새로 계약을 해야 하는 탓에 11년차인 팀장급 지도자와 1년차인 신참의 월급이 140여만원으로 똑같다. 3년차 생활체육 지도자 C씨는 "모든 생활체육 지도자를 정규직으로 고용할 수 없다면 최소한 근속 연수에 따라 임금이 조금이라도 올라야 하는데 그마저도 없으니 젊은 지도자들이 직업에서 비전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기획취재팀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 대구생활체육회는?

서울올림픽 직후인 1989년 정부는 국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범국민 체육생활운동을 전개하는 '호돌이계획'을 수립했다. 이때 15개 시'도에 생활체육회가 결성됐고 1991년 사단법인 '국민생활체육회'가 설립 허가를 받았다. 국민생활체육회의 회원사인 대구생활체육회는 1991년 대구직할시 생활체육협의회라는 이름으로 처음 활동하기 시작했다. 현재 시생체회는 8개 구'군 생활체육회와 함께 축구'테니스'배드민턴 등 종목별 연합회 53개를 회원사를 두고 있으며 대구시는 시생체회 회원을 회원 명부에 가입한 시민들을 기준으로 12만 명 정도로 파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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