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특명! 공간 효율을 높여라…살빼고 꾸미는 빌딩

장기 불황 '몸살' 대형 건물들, 사무실 줄이고 임대공간 늘려

건설 경기 부진과 전반적인 경기 침체로 대형 건물들이 사무실 덩치를 줄이는 대신 빈 공간을 임대해 운영비 절감에 나서고 있다. 김태형
건설 경기 부진과 전반적인 경기 침체로 대형 건물들이 사무실 덩치를 줄이는 대신 빈 공간을 임대해 운영비 절감에 나서고 있다. 김태형'정운철기자
수성구 황금동 화성산업 사옥 전경.
수성구 황금동 화성산업 사옥 전경.

'공간 효율을 높여라.'

대구지역 대형건물들이 당면한 숙제다.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건물주들은 운영경비를 조금이나마 줄이기 위해 사무실은 줄이고 임대 공간은 늘리는 공간 효율화 작업에 나서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아파트 분양에 대박을 터트리면 원가 대비 수익률이 높았지만 지금은 분양이 성공해도 발코니 무료 확장과 각종 금융혜택 등을 주기 때문에 수익이 과거에 비해 크지 않다"며 "사무실 밀도를 높여 임대 공간을 만드는 등 건설사들의 경비절감 노력이 눈물겨울 정도다"고 말했다.

◆공간은 돈이다

대구 수성구 황금동 ㈜화성산업(지하 2층~지상 7층)은 최근 3층 한화증권과의 임대계약이 만료됐다. 그리고 이 자리에 무엇을 넣을지 고민 중이다.

같은 층수와 면적에도 입주 업종에 따라 임대료 차이가 많기 때문이다. 앞서 화성산업은 건물의 공간 효율을 높이기 위해 사무실로 쓰고 있는 두 개 층을 비워 메디컬센터 유치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또 경북 청도의 코미디언 전유성 극장처럼 다양한 방식으로의 임대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이는 화성산업 유통 부문(동아백화점)을 이끌었던 이인중 회장이 공간 효율을 중시하는 데다 본사 사옥을 활기차게 바꿀 것을 주문한 데 따른 것이다.

화성 관계자는 "사옥은 주변에 SK리더스뷰, 대우트럼프 월드 등 대단지 아파트가 밀집돼 있어 정주 여건이 좋다"며 "입지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북구 침산동 대구도시공사도 올해 초 건물 두 개 층을 비웠다. 최근 한 언론사와 기업체를 들였다. 별관 사무실까지 본사로 이전하면서 공간을 낸 터라 효율을 극대화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도시공사 관계자는 "새 사장이 부임하고부터 공간 활용에 대한 주문이 많았다. 요즘 건설은 물론 전반적인 경기 하향 탓에 경비 절감차원에서 두 층을 임대했다"고 했다.

◆도심 스카이라인도 쑥쑥

대구 중구의 대형 건물들도 구조 변경을 통한 공간 활용에 나서고 있다. 재건축, 재개발 등으로 중구가 다시 주거공간으로 떠오르면서 도심의 부동산 가치가 재조명 받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달구벌대로를 중심으로 대형건물들이 속속 리모델링을 거쳐 메디컬센터 등을 유치해 임대수요를 높이고 있다. 아예 건물을 부수고 고층의 새 건물을 짓는 경우도 늘고 있다.

반월당 하나은행도 최근 리모델링을 마쳤고, 달구벌대로를 낀 통신골목 입구에는 10층 상업용 건물 두 동이 들어섰다.

이곳 건물 관계자는 "새 임대 수요를 창출하기 위해 건물 구조 변경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중구청에 따르면 올 들어 현재 동성로 등 도심지 내 10층 이상 상업용 건물 신축 인허가 건수는 8건에 이르고 있다. 2008년과 2009년에 신축 인허가가 각 1건에 그쳤고 2010년과 2011년에는 4건씩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올 들어 건물 신축이 두드러지게 증가하고 있는 것.

건물이 새 옷으로 갈아입으면서 도심 스카이라인도 높아지고 있다. 반월당에 신축된 고층 건물과 함께 중앙파출소 건너편에는 부지 2천500㎡, 높이 18층 규모의 오피스텔 건물이 들어설 예정이며 동성로 중심 지역인 옛 금융결제원 부지도 건물이 헐리고 대형 상가가 지어진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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